"남녀동반선출투표제·여성당선보장제 필요"
"남녀동반선출투표제·여성당선보장제 필요"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07.24 12:46
  • 수정 2009-07-24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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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비례대표로 여성 수 늘리기 힘들어 … 지역구 진출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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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지난 17일 여성신문사에서 김효선 발행인과의 대담으로 진행된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이연주 중앙회장과의 인터뷰에서는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확보하기엔 많이 부족한 현 제도의 문제점과 여성정치 자생력, 그리고 주민이 주체가 되는 생활정치의 실현을 위한 고민들이 토로됐다.

이 회장은 2년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중선거구제를 유지하며, 지방선거에서 남녀동반선출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연맹의 기본 노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전국을 돌며 16개 지방연맹과 135개 지부 관계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었다. “2006년 지방선거 직후엔 정당공천제에 긍정적 입장이었는데, 전국 지부를 다니다보니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비례대표제의 혜택은 ‘여성’ 대표성보다는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과 가까운 여성에게 그 기회가 우선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의 혜택을 준다는 미명 아래 여성이 지역구 공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게토화되는 현상도 심각하다. 그가 지난 3월 출범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에서 상임대표를 맡으며 정당공천제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당공천제 폐지 입장을 일찌감치, 분명히 해오셨다.

“여성유권자연맹 본연의 목적이 유권자 운동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다. 이 대의명분에 맞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제는 폐지해야 한다. 더구나 각 당 지도부는 비례로 10%가 여성 몫으로 간다는 식으로, 여성에게 지역구 공천을 꺼려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공청회에서도 참고인으로 의견을 내실 예정이란 말을 들었다.

“중선거구제에서의 남녀동반선출투표제, 여성당선보장제, 그리고 주민공천제, 이 세 가지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여성당선보장제의 경우, 현실적으론 좀 어렵긴 하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현  중선거구제에서 선거구 60% 이상에서 2명의 후보를 뽑는 데 그치는데, 선거구를 조정해 3석 혹은 4석을 뽑으면 그 중 1석을 무조건 여성 몫으로 해주는 거다. 이렇게 되면 여성 당선율이 30%를 좀 상회할 것이다. 대만 같은 나라에서도 시행 중인데 학자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고 들었다. 본부 차원에서도 법률적 위헌요소가 없는지 검토 중이다.”

-주민공천제와 여성 정치참여 확대와는 어떤 관련이 있나.

“주민공천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는 곧 생활정치이니 이를 주민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각 당 관계자, 시민단체, 일반 주민, 지역 언론인 등을 포함한 지역주민공천위를 구성하고, 무소속이든 정당인이든 모든 후보는 일정 수의 주민 추천을 받아 선관위에 등록하게 하는 것이다. 객관적 공신력이 있는 주민공천위에서 후보자 자격서류를 공개 검증하고, 부적격자도 공개 발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 공천헌금의 비리가 없어질 것이다. 후보자가 무슨 수로 공천위의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돈을 건네겠나. 이런 방식은 결국 여성이나 정치 신인의 진출을 도와줄 것이다.”

-‘여성당선보장제’란 말이 상당히 획기적으로 들린다.

“정치권과 접촉해보니 정당공천제 폐지 불가 입장이 상당히 강경하더라. 그래서 현재의 중선거구제로 가면 선거구를 어느 정도 조정해 여성당선보장제는 도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인 이기우 교수(인하대 법대)의 안을 보완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교육위원을 뽑는 방식과 유사한데, 가령 서울시 전체를 하나의 선거구로 보고 이 광역선거구 당선자의 30%를 여성 후보 득표순대로 할당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거부하는 여성 후보는 지역구로 나가게 하면 된다. 이는 크게 보면 30% 여성할당제와 비슷하지만 비례대표제보다는 한층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정치 경험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그동안 여성정치 자생력이란 면에서 비례대표제에 대해 답답함이 많으셨던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비례대표제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광역의 경우 이를 전문가 몫으로 한다면 비례가 살아있어야 하지만, 지역살림꾼을 뽑는다는 기초에선 비례는 여성 몫이라 생각하니 여성이 지역구 공천을 받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지부 회원들만 보더라도 지방의회에 비례로 들어간 여성들이 다음번엔 출마하겠다고 했다가도, 실제로 공천의 어려움을 체감하면서 지역구 출마를 지레 겁낼 정도다.”

-그렇다면 선거전에 직접 투입시킬 인력풀이 문제다. 이연숙 전 국회의원의 경우, 여성단체별로 최소 2명의 후보를 발굴해내자는 안도 제안했다.

“현실적으론 지부별로 최소 1명의 후보를 내서 100명은 당선시키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계와 접촉하며 느낀 것인데, 비례대표제에 연연하지 않고 지역구 할당을 강조하니, 처음엔 의아해하다가도 곧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 사실 비례대표는 현재 10%지만, 20%로 늘어나도 여성 당선자 수가 실질적으로 늘긴 힘들다. 결국 정치권이 제도적 생색만 내게 되는 꼴이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해 국회의원 29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가.

“의원들에겐 남녀동반선출투표제에 대한 찬반 의견, 남녀동반선출투표제 외의 또 다른 여성 정치참여 확대 방안,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 이렇게 세 가지 질문을 주로 하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관해선, 의외로 민주당 쪽에서 당론에 따르겠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특히 여성 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거의 반대 입장이더라.”

-지방선거를 위해 ‘여성연대’는 필수라는 공감대가 강하다. 회장님께선 정당공천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인 여성단체와도 연대할 의향이 있는가.

“여성계 전체가 정당공천에 의한 비례대표제를 선택한다면 여성연대가 우선이니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역시 여성 정치진출을 위한 한시적 조치라는 사실을 깊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앞서 제안한 여성당선보장제나 남녀동반선출투표제는 정당공천제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대안이다. 단,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이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만.”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일 것이다.

“우린 인재를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연맹 내 지부 조직 하나를 제대로 운영하면 조직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전국 각 지부를 직접 실사하고, 특히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홍보능력도 조사한다. 세세하게는 지역 언론이나 방송사에 보낼 보도자료의 작성 요령도 보고, 지부 행사 시 여성계 인사나 지역 지도자를 어떻게 활동 영역에 참여시키는지 지역 인적 네트워크도 본다.

후보자 개인별로는 이력서를 받아 학력 부분에서 좀 부족하면 대학원 또는 최고위 과정을 가도록 권유하고, 스피치가 부족하면 이를 훈련시킨다. 이런 맞춤형으로 가지 않으면 사람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연맹의 지방선거 성과는 어떤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2월에 후보 신청을 받아 내부적으로 60명을 선발했다. 이들에게 각 10통씩 맞춤형으로 추천서를 써줬다. 각 당에 직접 전화도 해주고, 버스를 대절해 각 당 지도부에 데리고 가서 명단도 내밀고 직접 후보자도 선보였다. 이들 중 14명이 당선됐다. 기간이 너무 짧아 후보별로 아쉬운 2%를 보완했더라면 좀 더 많이 당선됐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연세대 정외과 졸업 후 파리4(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한 정치학자 출신의 이연주 회장은 2004년에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후 재임에 성공, 내년 1월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회장 연임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그는 “정관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한다. 따라서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내년 1월이면 지방선거 판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나니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여성정치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으로 판을 키워나간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그가 회장이 된 직후 본격적으로 가동시킨 청년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일이다. 현재 청년 조직을 거쳐 간 젊은이들이 30대에 이르기까지 4000명이 좀 넘는데, 이들이 다 참여할 수 있는 ‘청년유권자연맹’을 올 12월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래 리더를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서울시 여행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유권자연맹이 수행하는 여성배심원제나 지부마다 권고하는 모의의회 같은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 여성이 자연스럽게 정책과 정치의 주체로 활동하게 함으로써 “너무 정치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생활과 밀접한 정치 프로그램으로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맹에 대해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그동안 어느 한 지부도 특정 정당에 줄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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