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들다’가 ‘제2의 우생순’이 될 수 없는 이유
‘킹콩을 들다’가 ‘제2의 우생순’이 될 수 없는 이유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7.24 12:24
  • 수정 2009-07-24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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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콩을 들다’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 성공공식…과장된 눈물 아쉬워

 

시골 여자중학교 역도선수들의 분투기를 다룬 영화 ‘킹콩을 들다’가 극장가에서 화제다. 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어선 데다가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단체관람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비인기 종목의 설움, 여성 선수들이 주인공인 점 등 여러 면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닮아 있는 이 영화가 과연 ‘제2의 우생순’이 될 수 있을까.

영화는 결정적인 순간에 금메달을 놓치고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된 88서울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이범수)이 시골 중학교에 역도부 코치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전시행정으로 급조된 역도부에 다양한 이유를 가진 소녀 6명이 모여든다. 그러나 역도라는 운동의 고통을 알고 있는 지봉은 역도를 가르치기보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기 위해 역도부를 유지할 뿐이다.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나가게 된 경기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아이들은 “우리들이 불쌍해서 데리고 있는 거냐”며 “역도를 가르쳐달라”고 울부짖는다. 아이들의 열정에 새로운 의욕을 가지게 된 코치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고 결국 전국체전 제패라는 신화를 탄생시킨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영화는 성공한 스포츠 감동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은 누구도 관심이 없는 비인기 종목의 2류 스타, 여기에 ‘한때’ 유명했지만 이제는 한물 간 코치가 등장한다. 선수들 각자에게도 눈물겨운 사정이 있다. 삶의 벼랑 끝에서 운동만이 삶의 의미가 된 코치와 선수들은 서로에 대한 굳은 신뢰감으로 뭉쳐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결국 결실을 맺는다.

여기에 이들을 시기하는 세력에 의한 고난도 빠지지 않는다.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웃 학교의 모함으로 팀은 흩어지지만 선수들은 옛 코치에 대한 의리를 끝까지 지킨다. 스포츠 영화 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되어 온 전형적인 이야기가 예상대로 펼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킹콩을 들다’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착한 사람들이 외부로부터 가해진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과정은 언제나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법. 영화 상영 내내 극장 안에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동메달을 땄다고 그 인생까지 동메달인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며 금메달 인생이다.” 영화 속에서 코치가 아이들에게 말하는 교훈은 관객들의 감정까지 고조시킨다. 영화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요소도 잊지 않았다. 초반부 아이들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나 역도를 처음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처럼 웃음과 눈물의 적절한 배합은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인데, 확실한 웃음과 눈물을 주기 위해서일까. 순간순간의 에피소드들은 과장되어 있거나 비현실적이다. 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제작진의 의도에 휘말리는 듯한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킹콩을 들다’는 ‘우생순’의 성공과 역도선수 장미란이 일으킨 바람,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실화 에피소드를 그럴듯하게 버무려냈고 무난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우생순’ 속 ‘아줌마’ 핸드볼 선수들이 한국 사회 30대 여성들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것과 달리 ‘킹콩’의 여중생들이 겪는 에피소드는 눈물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 보인다. 관객들은 눈물은 흘리지만 공감하기는 어렵다. ‘킹콩을 들다’가 ‘제2의 우생순’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독 박건용, 주연 이범수·조안,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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