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이끈 영웅 ‘마나스’ 서사시 노래하는 가수

키르기스스탄에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마나스치’라는 사람들이 있다.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 민족이 사얀산맥 북쪽의 에니세이 강 윗부분에서 살다가 주변 국가들로부터의 수난과 약탈로 현재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땅으로 이주할 때까지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민족을 이끈 전설 속  영웅이다. 한국의 단군 같은 민족정신의 구심이다.

마나스는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장가르’와 함께 중앙아시아 3대 장평 서사시로도 유명하다. 마나스 서사시에는 키르기스스탄 민족의 긴 역사와 주변 침략자들에게 당한 아픔과 고통이 담겨 있다.

키르기스인들에게 이 서사시는 단순 서사시가 아니라 신성한 것으로 인식되는 독특한 노래로,  이를 만들어 부르고 전파하는 가수들이 바로 마나스치다. 마나스의 창작은 시인들의 영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신의 위임에서 온 것이라고 우리 민족은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마나스를 부르는 가수들은 언제나 깨어나면 갑자기 수많은 서사시를 암기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이 서사시를 부른 방법도 다른 가수들과 달리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동작과 함께 감정을 몰입하면서 독특한 음으로 앉은 자세에서 부른다.

해마다 각 지역에서 마나스치들의 선발대회의 열기가 대단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치러진다. 마나스치로 선발되면 서사시 가수로 인정되면서 축제가 있을 때나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공연도 할 수 있다. 마나스치가 되려면 대학을 다닐 필요가 없고 스승을 통해 기술 연수를 받을 수 있다. 나이 제한이 없고 남녀 모두 지원할 수 있다.

키르기스 민족의 긴 역사 속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하는 마나스치들은 다른 가수들보다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마나스 서사시는 한국의 판소리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지만 키르기스스탄에도 판소리처럼 이야기를 노래로 부른 음악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장르가 따로 있다.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은 전통과 문화가 비슷한 점이 많아 우리는 한국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판소리처럼 우리 마나스치들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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