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이론은 미국의 기업문화를 중심으로, 미국 학자들에 의해 주도된, 미국식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리더들을 설명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직 문화도 서로 달라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 기업의 관리자 및 임원 2000명을 표본으로 한국형 리더십의 실체를 연구한 보고서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리더들은 성취열정, 환경변화, 상향적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리더십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솔선수범, 하향온정, 미래비전에서는 점수가 낮게 나왔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리더들은 구성원을 지적으로 끊임없이 자극하고, 동기부여하고, 조직을 변혁시키는 것보다는, 윗사람을 모시는 데 승부를 거는 ‘상향적응’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원래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관심을 갖고 조직을 이끄는 능력이다. 더욱이 성인지적 능력이 없이는 진정한 조직의 변혁을 가져오기가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리더들은 성인지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의 변혁에 대한 관심조차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성인지 리더십의 실천면에서 모델이 될 수 있는 기관은 유엔개발계획(UNDP)이다. UNDP는 해마다 인간개발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여성권한척도를 발표하고 있다. UNDP가 관리자 성과평가의 하나로 도입한 성인지 리더십 수행능력은 우리가 관심을 가질만한 대목이다.

예를 들면 인사권을 가진 관리자의 경우 조직의 직급별 성비 균형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많은 기관과 유사하게 UNDP에도 관리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에 여성의 비율(58%)이 높고, 선임관리자급에는 남성의 비율(64%)이 높다(2009년 5월 기준).

조직 구성원 전체에서의 남녀 비율 균형과 마찬가지로 직급별 또는 직위별에서의 남녀 비율 균형도 중요하다. UNDP는 지금 1995년 북경여성대회에서 채택한 성 주류화의 마지막 3단계인 ‘주류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조직의 성별 구성에 균형을 잡기 위해 지배적인 한 성으로 구성된 조직의 성별 구성을 의도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어느 한 성의 지배적인 문화를 여성과 남성이 공존하는 문화로 변환시키는 단계다.

우리가 앞서나가는 UNDP를 당장 따라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세계가 성평등 실현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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