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코·화장발·소드 등…돈 모아 자발적 청문회 주최
혐오스럽고 남의 일 같던 정치가 즐거운 놀이로 진화

2030 여성들에게 새로운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성형수술 정보를 교환하는 ‘쌍코’, 화장품 정보를 나누는 ‘화장발’, 패션 정보를 나누는 ‘소울드레서’ 등 이른바 ‘뷰티 삼국’ 회원들이 정치 카페를 만들어 화제다. 광우병 파동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 각 지역에서 다양한 생활 정치로 촛불을 밝혔던 이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뷰티삼국에서 제각기 대안이 될 정치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한명숙, 유시민, 이해찬, 문재인 등의 ‘봉하신기’가 탄생했다. 이들 중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당히 설전을 벌인 돌발영상 및 여러 행동 전력 등을 비교 분석해 이해찬 전 총리가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여져 지난달 4일 그와 소통하기 위한 카페가 탄생했다.

이들은 부엉이를 닮은 외모와 으뜸이라는 의미를 따 ‘대장부엉이’라고 이름을 짓고, 자비로 1만원씩 모아 이 전 총리를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 및 강연회를 직접 주최해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동원된 관중이 참여하는 기존 정치권에선 볼 수 없는 모습으로 평범한 2030 여성들이 자비를 털어 정치인을 검증하는 자리를 마련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강연회는 커널뉴스와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돼 13만여 명이 시청했다. 또 이들은 지난 4일 조계사에서 바자회를 열고 2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를 추모하는 광고를 한겨레 신문에 싣기도 했다. “발색은 ○○제품이 제일 좋아요.” “고어텍스로 코 수술하면 재수술이 가능한가요?” 등의 대화를 나눴던 뷰티삼국 회원들은 이제 ‘팔자에도 없는 민주투사가 돼’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등에 대한 각종 시국 토론을 즐긴다. 더 나아가 소모임 및 그룹 등을 통해 제각각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일인시위에 나서는 등 개성을 살려 따로 또 같이 활동한다. 카페 회칙은 없다. 이상한 글이 올라오면 회원들의 댓글 등을 통해 자동 정화된다.

단, 냉소와 좌절은 금지다. 얼핏 보면 이해찬 전 총리의 서포터스 같기도 하지만, 이 또한 회원마다 생각하는 바가 제각각이어서 함부로 규정지을 수 없다. 삼국 출신 카페 운영자 5인은 모두 2030 여성들로 학생, 고시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은 운영을 맡았을 뿐 과거 조직처럼 활동을 주도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배후가 아니다.

카페 운영자 송수미(24·꽃미남부엉이)씨는 “2030 여성들은 투표도 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자성하고 그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우리부터 힘을 모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무브온처럼 이 카페도 저 같은 평범한 이에게 정치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닌 축제가 되게 만드는 놀이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영자 권아름(24·춤추는선인장)씨도 “사람들의 생각이 무수히 다르고 다양한데 운영진 몇 명의 이야기를 전체로 일반화할 수 없다”며 “즐겁게 정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재미있게 놀다보면 어느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장삼이사라고 소개한 회원 김모(31·직장인)씨는 “우리는 개인이며 어떤 틀로 묶으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며 “카페 활동을 통해 ‘남의 일’ ‘더러움’으로 인식됐던 정치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이 전 총리의 행보를 주시하며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롭고 발랄한 2030 여성들의 정치 실험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허성우 성공회대 NGO 교수는 “평범한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낀 문제를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며 “지난 촛불에서 가졌던 열망이 계속 억압당하는 상황이지만 호기심 많고 유연한 이들은 주저앉는 대신 커뮤니티 형식 등을 통한 유사 정치 활동으로 촛불의 주역이었던 여성들에게 그 에너지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해찬 전 총리는 이 카페에 시국과 관련한 글을 올리고 다양한 ‘번개팅’ 형식으로 뷰티삼국 회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각종 언론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들도 카페에 드나들며 대장부엉이의 새로운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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