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생활’정치 참여, 초심으로 돌아가 대안 내자"
"여성의 ‘생활’정치 참여, 초심으로 돌아가 대안 내자"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07.17 12:34
  • 수정 2009-07-17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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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남녀동반선출·공천제, 여성공천 30% 의무화 등 새판 짜길
여성계 중지 정개특위 전달 위해서 범여성계 연대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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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오랜만에 폭우가 잠시 그친 7월 13일 오후,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상임대표와 진행된 인터뷰는 지방의회 여성 진출에 앞서 생활정치의 대중화와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여성의 정계 진출, 그리고 여성 활동가를 비롯해 일반 대중 여성들이 정치에 갖는 환멸과 무관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논의된 자리였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의 대담으로 전개된 인터뷰에서 남 대표는 “여성계 입장에선 여성의 정치 진출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중요하지만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담론 형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선 현재 부분적으로라도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제도 개선 방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현행 중선거구제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구체적으로 정당공천제, 남녀동반선출제 혹은 남녀동반공천제, 지역구 20% 이상 여성할당 의무화 등 대략 네 가지가 중점적으로 얘기됐다. 특히 뜨거운 감자인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해선 “두고 보고 있다”는 유보적 입장을 표했다.

여성계 내부에서도 중지가 모아지지 않고 있지만 조율에 힘쓰다 보면 연대를 위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입장이다.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를 만들고 3선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해온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이 여성연대를 위해 “문 다 열어놓고”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본지 1039호 보도)에 대해 남 대표 역시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무엇보다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지방선거 논의에 “여성계의 의견을 모아 그 중지를 전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등 그간 여성 정치참여 확대에 대한 경험이 많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연합 차원에선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여성연합 내부에선 1년 전부터 지방선거 논의를 시작했지만 사실 전개는 별로 순조롭지 못하다. 1995년 지방선거 때부터 당시 상황에 맞는 전략을 가지고 지방선거를 얘기해왔는데, 이번엔 풀뿌리 차원에서 여성 이슈와 후보를 발굴하자는 것이 주요 흐름이다. 그런데, 여성운동의 풀뿌리적 기반은 아직도 약한 편이다 보니 도서관운동, 학부모운동, 생활협동조합(생협)운동 등 회자되는 부분은 많아도 이를 조직할 운동가는 많지 않다. 정말 바람직한 것은 풀뿌리 주민 조직가를 발굴해 그 지역 안에서 소통하며 지역의제를 만들어내고 이를 단체 차원에서 서포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995년 지방선거에서 여성연합 추천으로 17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해 그중 14명이 당선되는 놀라운 성과도 거두었다. 그런 배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동안 제도 개선을 통해 많은 여성이 정치 진출을 쟁취해낸 것도 성과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에서 기초의원 선출이 정당공천제로 바뀐 것을 계기로 당선된 여성들이 풀뿌리적으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생활정치 주역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느냐에 대해선 사실 부정적이다. 정당과 중앙정치에 복속되는 폐해가 심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선 정당공천제 폐지 입장을 굳혔나.



“정당공천제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여성들이 실제적으로 정치에 진출하기 위해선 필요악일 수도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래서 두고 보고 있는 중이다. 원칙적으론 발굴된 리더와 지역의제를 결합시켜 지역운동의 기반을 만든 후 지방의회로 진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정당 공천이 여성 정치 진출의 주된 통로다. 이렇게 의회에 진출한 후엔 지역대표로 활동하기에 한계와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여성계 전체의 선거 전략, 최소한의 윤곽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몇 가지를 구상 중이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대신 남녀동반선출제로 가든지 하면서 지방선거 판을 아예 바꿔보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선거제에선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고 경험이 많은 여성이 많이 나와 여성 당선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례대표 역시 정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최종 대안은 아니지만, 현행 10%에서 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구 공천을 20%든 30%든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미 비례대표로 선출된 여성들이 이번엔 지역구에 도전해보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계 남성들은 흔히 말한다. 여성들에게 공천을 적극적으로 주고 싶어도 후보가 없다고.



“현실적으로 여성들은 조직과 물적 기반이 빈약해 지역 경선 구도에서 이미 깨진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처럼 광역 단위에서 전체 후보 중 여성을 20% 할당해 추천하게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중앙당 차원에서 아예 후보 접수를 받아주지 않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당의 의지다. 지역 단위에서 어떻게든 여성 후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중앙당 차원에서 앞장서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와 여성 의회 진출의 딜레마를 정당 차원에서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은가.



“최근 민주당 토론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유지하면서 아예 기초의원을 모두 비례대표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이중에서 여성할당을 50% 하면 남녀동반선출제 효과와 엇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아니면, 아예 공천 단계에서 남녀동반공천제로 가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 여성 비율이 10%는 넘은 만큼 30%까지는 당장 힘들더라도 단계적으로 여성공천 의무 비율을 20%까지는 높일 수 있을 거라 본다.”

-상당히 다양한 논의와 고민이 내부에서 진행 중인 것 같다. 이제 안팎으로 이의 실현을 위한 ‘기구’를 띄울 때가 되지 않았는가.



“사실, 여성운동계에선 정치혐오증이 의외로 크고, 탈정치화되는 경향까지 있다. 다른 사회운동에 비해 여성운동이 비교적 일찍 정치에 참여했고, 그래서 후유증도 크다. 땀 흘려 노력해 제도적 성과를 어느 정도 이뤄냈으니 이젠 제도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암암리에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계가 이런 인력 가뭄 상태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지난 3년간 ‘풀뿌리’를 발굴하고자 열심히 노력해왔다. 하반기쯤이면 좋은 모델이 나와 지원이 가능할 것이란 바람도 있다. 또 최근 들어 인터넷 상의 생활 커뮤니티들이 훈련된 소통 능력을 가지고 정치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소울드레서(패션 정보 카페, 회원 수 9만8000명), 쌍코(성형수술 정보 카페, 회원 수 18만 명), 화장발(화장품 정보 카페, 회원 수 33만 명) 카페 회원들이 연대해 지난 6월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토론의 장까지 열었다. 500여 명의 2030 여성들이 모여 기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자기 생활과 정치를 연결 짓기 시작한 큰 ‘사건’ 아닌가. 이런 변화의 씨앗에 정보 제공이나 여론조사 방식 등 기존 여성단체들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여성운동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진다.” 

남 대표는 1970년대 말 대학 시절 재단 비리에 맞서 학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50대에 접어든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을 ‘운동’과 밀착한 삶을 살고 있다. 야학 교사와 노동운동가를 거쳐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일하는여성의나눔의집’,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 활동했다. 여성연합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4년. 사무국장, 사무총장 등 중추적 실무 역할을 담당하다 2004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한명숙, 지은희, 이오경숙 등 역대 여성연합 대표들이 정계로 진출했기에 일부에선 그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제도적 정치권은 아니지만 여성연합 활동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이어서 ‘여성운동 정치학’이라 할만하다. 따라서 정치는 내게 새로운 영역도 아니며, 오히려 지루할 수 있는 분야다”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여기에 그는 “보수화된 사회 분위기, ‘문제는 정치’라는 공감대 속에서 ‘여성’은 배제되고 정치 영역은 점점 비정상적 구조로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선 ‘판 바꾸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의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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