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대비 초등학생 방학 보충수업 실시 논란
일부 교육청 ‘보충수업 적극 권장’ 공문 보내 파문

 

일부 지역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실시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하다.
일부 지역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실시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하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그동안 학업에 지친 심신을 여행이나 휴식으로 재충전하고, 학기 중 심층적 학습이 부족했던 감성교육이나 창의력 교육을 보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보통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이라면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과의 여름휴가나 갖가지 여름캠프 등의 생활계획을 짜야 하겠지만, 올 여름방학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즐겁게 방학식을 치렀지만, 다음 날이면 언제 방학을 했느냐는 듯 다시 교실로 향해야 하는 것이 2009년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이다.

초등학생들의 방학이 이렇게 변한 것은 보충수업 때문이다. 중·고교생들은 물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실시된다. 놀면서 심신을 재충전해도 모자랄 초등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실시한다는 소식은 대부분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초등학생 보충수업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중점적으로 실시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충북교육청이 주관한 충북지역 교감단 연찬회에서 ‘10월 학업성취도평가를 대비하려면 여름방학은 학력 향상을 위해 몰입지도를 할 중요한 시간’이라며 ‘교과 관련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집중 지도하라’며 보충수업을 권장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시험정보 교환, 교과별 핵심 개념 정리, 문제 잘 푸는 법 익히기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충북지역 일부 초등학생들은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2주 정도 보충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문에서 답을 찾는 요령을 가르치기 위해 방학에도 아이들을 학교로 동원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충북교육청을 비난했다.

부산에서도 보충수업 실시 움직임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습 부진학생이 없는 몇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내 초등학교에서 4~6학년 학습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특별 보충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년당 1~2개 반씩, 부산지역에서는 모두 860여 개의 특별 보충반이 운영될 전망이다.

아직 수도권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생 보충수업 실시 소식에 학부모들은 물론 보충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도 비교육적 처사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연희(39)씨는 “학기 중에도 늦게까지 학원 수업을 듣느라 지친 아이를 방학에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어른들의 욕심이 지나쳐서 아이들의 방학을 빼앗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교사 서진영(38)씨는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교과 연구 차원에서도 방학은 반드시 필요한 휴식기”라면서 “공무원들의 행정논리 때문에 교사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망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일선 교사들은 잡무 때문에 학기 중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현장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성적 욕심만 내다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보충수업 당사자인 초등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했다가 보충수업 때문에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는 한 초등학생은 모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못된 어른들! 아저씨들도 휴가 가지 말고 밤 새워서 일만 하세요”라는 강한 어조로 보충수업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교육청 간의 학력 경쟁에 내몰려 소중한 여름방학마저 빼앗긴 어린이들. 감성과 창의력 교육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무조건적인 주입식 입시교육을 강조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린이 성장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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