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꺽정’속에 우리가 보인다
소설 ‘임꺽정’속에 우리가 보인다
  • 김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7.17 12:03
  • 수정 2009-07-17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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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투덜거렸다. 그 다음엔 희희낙락했고, 세 번째 읽을 땐 이미 ‘임꺽정’이 내 일상을 잠식해버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에 꽂혔다.

2008년 여름 사계절출판사에서 마련한 고전 특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한 권을 책으로 낼 만큼 ‘임꺽정’은 그녀를 감동시킨 것이다. 저자는 ‘민중과 저항, 역사소설, 리얼리즘 등의 코드로 가득한 족쇄’로 여겼던 책에서 오늘날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와 비정규직의 해결책을 엿봤다고. 저자는 “꺽정이와 친구들은 하나같이 백수다. 그럼에도 궁상맞지 않게 살고 사랑과 우정, 공부와 놀이 면에서 우리한테 조금도 꿀리지 않고 훨씬 더 풍요롭다”고 말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임꺽정’의 충실한 안내서로 구성됐다. 남들이 쉽사리 발견해내지 못하는 작품의 면면을 고미숙 특유의 화법으로 분석, 정리해 소개했다.

저자가 임꺽정과 그 친구들을 ‘노는 남자’로 규정하는 경우가 그렇다. 저자는 이들을 특정 범주로 포섭하기 어려운 체제의 변방을 떠도는 ‘마이너’들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세상의 차별과 모순에 대한 울분을 강행했을지언정 땅이나 직업에 대한 욕구, 가족의 생계를 챙겨야 한다는 ‘가장콤플렉스’가 없다. 저자는 이처럼 조선 청년 백수들의 생활구조를 분석해보면 조선조 부락공동체의 경제구조를 파악하는 동시에 우리 시대의 백수들의 생존 노하우도 터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지금, 이곳’의 대안을 찾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방식의 고전 다시 쓰기인 동시에 저자가 평소에 강조하는 각 방면의 ‘달인 종합편’에 해당한다. 저자는 ‘임꺽정’에 나오는 청석골 칠두령의 사랑과 우정, 자유와 열정, 반역과 투쟁의 여정을 통해 비정규직과 백수 등 우리 시대 ‘마이너’들에게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고미숙/ 사계절/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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