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너무 아파요 빨리 좀 빼주세요.”

오히려 “아이가 나올 것 같아요”라고 말해야 더 어울릴 법한 만삭의 임신부가 치과에 내원한 이유는 충치로 인한 통증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치아를 뽑는 것에 매우 민감한 여성 환자분이 검사와 치료보다 빨리 빼달라고만 한다?

이는 임신 기간 동안 발생한 치통을 아이를 위해 계속 참아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구강에서 발생하는 충치나 기타 질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치통이라는 급성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급성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소강상태인 만성상태가 되면서 치통은 경감된다. 이것은 원인이 해결되었다기보다 잠시 휴면기일 뿐이며, 우리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질환을 방치하여 심화될 경우 다시 급성으로 전환되면서 그때는 인내심으로 참기 힘든 통증이 오게 된다.

보통의 환자의 경우 이렇게 급성상태가 되더라도 치료는 간단하다. x레이로 치아를 검사하고, 마취를 통해 통증 없는 충치치료나, 발치를 시행한 후 염증을 조절하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임신부인 경우  x레이 촬영과 마취제 투여, 항생제 복용 등은 이제 치과에서 납복착용과 임신 중 가능한 마취제와 항생제를 복용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을 100% 신뢰할 수 없으며 가장 중요한 임신부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응급상황은 왜 발생하는 걸까?

그것은 임신부가 세 가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첫째, 임신을 하게 되면 변화하는 구강의 환경에 대해서, 둘째 임신 전에 준비해야 하는 치아 관리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임신 중의 치료 시기와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신과 구강의 변화

임신을 하게 되면 호르몬 균형의 변화가 오고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게 된다.

호르몬의 변화로는 잇몸이 증식하는 임신성 치은염이 발생하고, 면역력의 저하는 충치나 잇몸질환 등과 같은 구강 내 감염을 더욱 쉽게 유발시킨다. 또한 산모의 칼슘이 빠져나갈 때 치아를 잡고 있는 뼈의 칼슘도 유출되므로 잇몸 뼈가 약해진다. 이렇게 산모는 신체적 변화로 인해 치아와 잇몸 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신체적 변화가 아닌 입덧이나 몸이 무겁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바로 구강위생 관리에 소홀해지는 것이다. 즉 이를 잘 닦지 못하게 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산모의 구강질환 발생의 원인은 앞서 기술한 신체적 변화보다 후자, 구강위생 관리의 소홀로 인해 발생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임신 전 해야 하는 구강관리

임신을 준비하는 현명한 여자라면 종합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치과에서도 종합검진이 필요하다. 첫째로 충치에 이환된 치아가 없는지, 둘째로 잇몸질환이 있는지, 셋째 사랑니로 인해 임신 중에 염증 발생 위험은 없는지 확인하고 미리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랑니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랑니가 제 역할을 하는 경우, 즉 위아래로 똑바로 나 있으며 충치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리 발치를 해주는 것이 추천된다.

임신 중 치료 시기와 방법

임신은 그 전체 기간을 3기로 구분하는데 임신 1기는 14주까지, 2기는 28주까지, 3기는 40주까지이며 임신 동안 치료 가능한 기간은 바로 2기 14주에서 28주 사이다.

만약 임신 전에 치과치료를 하지 못했다면 ‘이 뽑아 주세요’ 하고 온 만삭의 임신부처럼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임신 2기에 치료를 받으면 된다. 물론 이때 시행되는 치료는 증상을 경감시키는 정도의 응급처치다.

우리 치과에도 젊은 임신부들이 자주 내원을 한다. 요즘은 충치 치료 후 보철 치료나 심지어는 교정치료까지 문의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면 간단히 치료하고 산부인과로 보내드린다. 물론 요즘 임신부의 치료는 쉬워졌을지라도 치과치료 시 환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결코 쉬워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임신부라면 아이를 위해 보철 이상의 치료는 잠시 미뤄두는 게 좋다.

임신 중에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강관리를 소개하고 싶다.

아무리 입덧이 심해도 아무리 내 몸이 무거워도 나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해 건강한 잇솔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엄마의 건강한 치아는 아이에게 가장 훌륭한 유산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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