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수녕 선수, 그녀가 돌아왔다. 활을 든 궁사가 아니라 마이크를 든 강사로서 말이다.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4관왕에 오른 그녀는 은퇴 후 두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 생활을 해왔다. 서른을 훌쩍 넘기면서 다시 사회활동을 준비했는데, 막상 평생 활만 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한다.

그 무렵 김수녕 선수는 우연히 강연 요청을 받았다. 활은 침묵 속에서 쏴야 하는 만큼 평생 말 잘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그녀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수녕 선수의 강연은 사람들의 마음에 10점 만점으로 꽂히고 말았다.

“많은 분들이 제게 활을 잘 쏘는 비법을 물어보시는데, 저는 시위를 떠난 화살에는 마음을 두지 않아요. 새로 쏠 화살만 생각하니까 부담 없이 다음 화살을 쏠 수 있습니다.”

양궁으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던 김수녕 선수의 말은 곧 경영 리더십이자 성공철학이었다. 요즘 나는 김수녕 선수에게 스피치 코칭을 해주고 있는데, 워낙 갖고 있는 콘텐츠가 좋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녀는 분명 엄청난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게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서너 개의 능력상자를 갖고 태어난다. 어떤 상자는 A급이고 어떤 상자는 B급, C급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한 가지 능력상자만 열고 간다. A급은 뚜껑도 열지 못한 채 C급 능력상자만 쓰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통은 기존의 능력상자를 소진한 위기의 순간에야 새로운 능력상자를 발견한다. 김수녕 선수도 은퇴 후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능력상자를 열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한 번 해보고 싶다’ 정도에서는 발전이 없다. 위기의 한 가운데서 도저히 해결방법이 없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잠겨 있던 능력상자가 ‘탁탁’ 열린다. 이상하게도 호황 때는 절대 열리지 않던 상자들이 불황 때면 열리기 시작한다.

요즘 인간의 수명은 90세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한 가지 직업으로는 살 수가 없다. 아무리 늦어도 55세 정도에는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한다.

체감 위기가 강해질수록 내 능력상자를 돌아보자. 본능을 무시하고 고집을 피울 만큼 지금의 능력상자에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혹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소중한 능력을 사장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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