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아이도 일산 엘리베이터 유괴미수 사건 피해 아동처럼 강하게 저항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성폭력을 당하면서도 바보같이 가만히 있었다는 게 더 화가 나요. 왜 우리 아이는 가만히 있었을까요?”

아동 성폭력 예방 관련 강의를 나가면 꼭 받는 질문 내용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동은 성폭력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더라도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의 주된 내용이다.

2007년 보건사회연구원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설문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 여성 188명 가운데 49.7%가 저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의 결과를 보면 성폭력과 함께 심각한 신체적 폭력을 당한 여성이 52.1%였고, 성폭력은 면했지만 심각한 폭력을 당한 여성이 10.6%로 나타났다.

즉 성폭력 상황에서 항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특히 대처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동의 경우에는 피해가 더 클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NO’라는 표현은 성폭력 상황에서 항거의 표현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동에게 성적 권리의 중요성과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아동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들의 성숙한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원인도, 치유의 몫도 피해 아동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정답은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이 할 수 없는 항거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어른들이 먼저 교육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방임이나 가정폭력, 빈곤 등 아동에게 위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물리적 환경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동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 등을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동이 호신술을 배우고, 어른들을 피해 다니고, 말을 걸면 회피하고, 친한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을 거부하는 등의 사람을 거부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아동이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도록 교육을 하기보다는, 성인이 어떻게 아동을 보호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교육을 하는 것이 성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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