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기자 11% "성상납 강요받았다"
여성 연기자 11% "성상납 강요받았다"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최선영 / 여성신문 인턴기자
  • 승인 2009.07.10 14:47
  • 수정 2009-07-10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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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조 183명 설문…술접대 강요 20%
신고센터 설치, 법적대응 대행 등 요구
여성 연기자 10명 중 1명꼴로 ‘성상납’을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술자리 접대 강요는 5명 중 1명에 달했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은 지난 6일 연기자 183명(여성 73명, 남성 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 장자연씨 자살사건 이후 현직 연기자가 직접 성상납·접대 실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복 응답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연기자 35명(11.5%)이 자신이나 동료가 성상납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20대가 1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술자리 접대 강요는 63명(20.7%)으로 성상납 답변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성상납·접대 관행이 주로 20대 신인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번 조사에서 20대 응답자 비중이 전체의 19%(35명)임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나 인권침해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경우는 단 6명(3%)에 불과했다. 그나마 4명은 ‘법적 대응을 했다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연기자들은 ‘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미흡하고(62명), 집단적으로 함께 해결하려는 연기자들의 노력도 부족하며(55명),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는 대중문화예술계의 오랜 관행(65명)으로 굳어져버렸다는 것이다. 드라마 배역을 얻기 위해 성상납도 마다 않는 일부 연기자들의 개인 이기주의(57명)를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적극적 대응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다. 연기자 114명이 ‘접대 등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드라마 캐스팅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34명은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될 것을 걱정했다.

연기자들은 재발방지 대책으로 ‘신고센터 설치’를 첫손에 꼽았다. 한예조 측에도 ▲피해 사례를 철저하게 조사해 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것(53명) ▲소속사와 계약할 때 인권침해 조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를 빨리 마련할 것(48명) ▲피해구제를 위해 법적 대응을 대행해줄 것(47명) ▲상담센터를 설치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할 것(32명) 등을 요구했다.

특히 남성은 장기대책 마련(22.4%)을 1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법적대응 대행(22.9%)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해 남녀 간 입장차를 보였다.

조사에 응한 연기자 중 52명은 ‘피해자가 방송계를 떠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33명으로 절반을 웃돌았고, 연령별로는 40대가 9명, 50대 이상이 21명으로 고연령층 답변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연예계 내에 뿌리 깊게 박힌 보수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한예조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성상납·접대 등을 강요한 ‘가해자’나 ‘접대 상대’의 실명을 적게 했다. 그 결과 방송사 PD와 간부, 작가, 연예기획사 관계자, 정치인, 기업인 등 10여 명의 이름이 중복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예조는 지난 4월 전체 연기자의 95%에 달하는 2000여 명에게 설문지를 발송했으며, 이중 183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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