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고 있는 A씨는 지난 2001년 3월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한 뒤, 6개월이 지난 같은 해 9월 B씨에게 아파트를 1억900만원에 양도하고 양도가액을 9300만원으로 책정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갈 무렵인 지난해 7월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과세통지서 한 통을 받았다. 2001년 당시 양도한 아파트의 양도가액이 9300만원이 아닌 1억900만원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1400여만원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관할 세무서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그러나 관할 세무서 담당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이중매매계약서(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세를 과소 신고했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대답뿐이었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내며 “B씨에게 아파트를 양도하면서 중개업자 입회하에 양도가액 1억900만원의 매매계약서를 체결한 후 양도세는 중개업자 책임 하에 신고한다고 해 이를 승낙한 것일 뿐”이라며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부인했다.

A씨는 이어 “중개업자의 말에 따라 단순히 양도세를 과소 신고한 것임에도 조세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한 경우로 판단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A씨는 조세심판원으로부터 심판결정을 받아냈다. 결론은 기각(납세자 패소). 조세심판원은 A씨의 행위는 명백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다운계약서 통한 세금포탈, 제척 기간 10년

현행 국세기본법상 일반적인 경우 5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납세자가 법정 신고기한 내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7년,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 받는 경우에는 10년의 부과제척 기간을 적용한다.

‘중개인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는 A씨의 주장으로 되돌아가 보자. A씨 주장의 요체는 양도세 신고 시 제출된 증빙자료(계약서)가 자신이 아닌 중개인에 의해 임의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조세포탈의 적극적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에 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적용해야 하고 이를 감안하면 자신에게 세금을 추징할 법적 귀속력이 없다는 주장인 셈.

그러나 현재 과세관청에서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양도세 과세신고는 조세부과 및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분류,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조세심판원 결정도 이 같은 과세관청의 행정원칙을 인정한 것. 심판원은 “중개인에게 양도세 신고를 일임키로 했다면 실제 거래 계약서인 양도가액 1억900만원의 매매계약서를 제출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9300만원이 기재된 허위계약서를 제출한 것은 양도세 포탈 목적으로 고의로 한 허위신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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