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의 새로운 의제‘여성주의 영성’

최근 국내 여성학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성주의 영성’에 대한 연구는 한국 여신학의 흐름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올해 10월 3일부터 17일까지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열리는 여신 순례 길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참여한다. 여신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캐롤 크리스트가 1987년 정교수직을 내놓고 그리스로 건너가 ‘아리아드네 인스티튜트’를 설립한 후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신명숙씨는 “나의 실존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여성주의 영성 공부가 결국 새로운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는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길을 열어주었다”며 “외부만 지적하고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한 과거 여성운동의 한계를 자기 변혁의 가능성을 지닌 여성주의 영성 연구로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여성학자들의 논문에서 모두 등장하는 페미니스트 신학자 캐롤 크리스트는 1979년 ‘왜 여성들은 여신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해 여신여성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인물이다. 여신상징이 여성들과 여성해방운동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설파하면서 여러 연구를 진행해왔다. 여성들은 여신상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면서 자기 안의 힘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몸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순환을 긍정하고 축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국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여신’이 주요 상징으로 부각된 것은 2000년 이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문화예술기획 주최로 2002년 5월 ‘우리 안의 여신을 찾아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지리산 여신축제가 열렸고 이어 10월에도 ‘제주도 여신기행’이 열렸다. 당시 주최 측은 “자연과 호흡하고 자신 안의 여신을 일깨우는 의식을 통해 진정한 나와 우리를 발견하기 위한 기행으로, 자연과 나의 몸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시, 굿과 기도 등이 함께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고 기록했다.

문화미래 이프는 2002년 이후 지속되지 못한 여신축제를 내년쯤 다시 이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엄을순 이프 대표는 “김신명숙씨 주축으로 이프 내에 여신영성발전소(가칭)를 세우고 여신학을 전파, 연구,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 여성들이 내면에서 여신을 발견함과 동시에 성스럽고 강한 자신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여신축제를 다시 이어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Tip] 여신학자 현경이 추천하는 ‘여신’과 관련된 책과 영화

현경 뉴욕 유니언 신학대 교수는 2001년에 책 ‘미래에서 온 편지’를 펴낸 이후 지금까지 여러 강연을 통해 여신의 십계명을 전하고 있다. 그 십계명은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여신은 기·끼·깡이 넘친다’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경 교수가 ‘여신의 십계명’을 실천하기 어려울 때 추천하는 책과 영화 목록을 일부 정리해봤다.

책

오드리 로드 ‘이방인 자매’

김재희 ‘깨어나는 여신’

정현경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 외 또 하나의 문화에서 펴낸 ‘다시 써보는 이야기책들’

홍신자 ‘자유를 위한 변명’

머린 스톤 ‘신이 여성이었을 때’

엘리너 개든 ‘옛날 그리고 미래의 여신’

수잔 그리핀 ‘여성과 자연’

앨리스 워커 ‘나의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이사벨 아옌데 ‘에바 루나’

도로테 죌레 ‘사랑과 노동’

시몬느 베이유, 로자 룩셈부르크의 전기들

글로리아 스타이넘 ‘Everyday Revolution’

바바라 워커 ‘아마조네스의 꿈’

장융 ‘대륙의 딸들’

영화

브라이언 스윔 ‘우주의 숨겨진 가슴’

도리스 되리 ‘파니 핑크’

헬렌 리 ‘셀리의 애교점’

시드니 폴락 ‘사브리나’

라세 할스트롬 ‘초코렛’

줄리 대시 ‘먼지의 딸들’

존 듀이건 ‘로메로’

변영주 다큐 ‘낮은 목소리’

이민용 ‘개 같은 날의 오후’

알렉 케시시안 다큐 ‘마돈나의 진실 혹은 대담’

프라티바 파마 ‘팝의 여전사’

토머스 베리의 우주의 기원에 대한 영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