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반 폐지 위해 모인 네 소녀 ‘닌자걸스’ 펴낸 김혜정 작가
심화반 폐지 위해 모인 네 소녀 ‘닌자걸스’ 펴낸 김혜정 작가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7.10 14:21
  • 수정 2009-07-10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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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때 첫 소설 ‘가출일기’ 펴낸 베테랑 청소년 소설 작가
희망 잃지 않는 소녀들 통해 성장소설 새로운 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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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란여고의 네 소녀가 ‘심화반 폐지’를 위해 모였다. 연기자가 꿈이지만 뚱땡이라 불리는 은비, 꽃미남 밝힘증 환자 지형, 정의의 사자 땅꼬마 소울, 외모만 화려한 샤랄라 걸 혜지.

고교 심화반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심화반 교실에 귀신이 있다고 소문도 내고 교육청에 글도 올리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 유쾌·상쾌·통쾌함을 고루 갖춘 이 소녀들은 결국 ‘닌자걸스’로 변장해 옥상에서 사투를 벌인다. 심화반을 폐지하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학교 측과 부모님에게 항의한다. 결국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지만 심화반 폐지 대신 성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퇴출당한 최초 학생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토록 원하는 세상이란 무대를 향해 달려간다.

이 ‘닌자걸스’(비룡소)는 김혜정(26) 작가의 면모를 각기 담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충북 증평에서 보낸 10대 내내 두발자유와 심화반 폐지를 꿈꿨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공부 잘하던 한 모범생 소녀의 바람은 소설을 통해 발현되기 시작한다.

“고교시설 심화반에 있을 때 모두가 반 아이들보고 ‘특별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즈음 특별할 것 없는 저 자신을 발견하면서 이 모든 것이 ‘심화반’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소설을 기획하게 됐죠. 저의 10대 모습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사랑스러운 네 아이들이에요.(웃음)”

김 작가의 글쓰기는 15살 때인 1997년, 어느 모범생 선배의 가출 경험을 들은 것을 토대로 ‘가출일기’(문학수첩)를 펴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등단’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 무작정 쓴 소설을 온갖 출판사에 보냈던 결과다. 그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대학원생으로 살면서 여전히 사춘기인 자신을 발견하고 ‘하이킹 걸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의문투성이의 삶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두 문제아 소녀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글로 담아낸 ‘하이킹 걸즈’(비룡소)는 제1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세 권의 책을 펴낸 김혜정 작가는 현재 청소년의 자살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계획 중이다. 얼마 전에는 대학원에서 ‘고향의 봄’ 작사가 이원수 선생 작품 중심으로 1950~60년대 성장소설을 분석하는 논문도 썼다. 그가 계속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창시절 때 참 10대가 읽을 만한 작품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년 추천작은 대개 대학 때 읽어야 적합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고요. 청소년 소설은 10대가 읽기 적합하고 삶의 방향을 일러주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10대들을 위한 강연도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는 ‘검은 마법과 쿠페 빵’(모리 에토), ‘미나의 행진’(오가와 요코), ‘인생’(위화), ‘방황하는 칼날’(히가시노 게이고),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정유정) 등의 작품을 추천했다. 

심화반 폐지를 꿈꾸며 소설을 쓰던 소녀는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가 되었다.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는 그의 작품 속 ‘하이킹 걸즈’들의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내가 가는 곳은 오아시스일까, 신기루일까? 설령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신기루일지라도 상관없다. 걷다보면 언젠가는 오아시스가 나올 것이다…달랑거리는 방울소리는 멈출 줄 몰랐고, 그 소리에 맞추어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새로운 하이킹이 시작될 것이다.(‘하이킹 걸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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