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마약까지 한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원어민 강사들이 최근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로 인해 자격 미달 원어민 강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기와 출처가 불분명한 글이 주요 포털 토론방과 카페 등에 퍼 날라졌다. ‘외국인 강사가 쓴 한국 여자 공략집’이란 제목의 이 글은 한국 여자를 유혹하고 이용하는 방법, 한국인의 서툰 영어에 대한 조롱,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글이 인터넷 상에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면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는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주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꼴불견 외국인’이었다. 출연한 외국 여성들은 “한국에서는 키 크고 영어만 잘하면 킹카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외모는 물론 마음 씀씀이조차 형편없는 서양 남자들 곁에 항상 미녀가 따라다니는 것이 이상하다” “영어만 잘한다고 한국 여자 만나는 걸 쉽게 여기는 외국 남성들이 꼴불견이다”라는 요지의 발언들을 했다.

이에 대한 기사와 글에는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렸다. 비판의 대상은 당초 그 대상이었던 ‘자격 미달 원어민 강사’에서 ‘한국을 얕잡아보는 한국 체류 외국인 전반’으로 확대됐다. 한국 체류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에 대한 자성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 논란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문제라고 말한 외국인과 만나는 한국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진 몇몇 곳을 찾아갔다.

이태원의 H클럽에서 만난 대학생 최혜정(23)씨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문화가 혼재된 모습이 매력적이라 이태원에 자주 온다”며 “본토의 맛에 가까운 세계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기에 분위기도 좋고 신사동이나 압구정동보다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의 이태원 방문 목적이 외국인 남성을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건네자 최씨는 “실제로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놀다 보면 외국인 남성이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대답했다.

유학 시절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었던 경험이 있다는 회사원 Y(25)씨는 “한국 사람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다. 연애사는 개인의 것이다. 나는 내가 느끼기에 괜찮은 남자를 만날 것이고 그것은 내 자유다”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편견과 배척은 다양성이 중시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마땅히 지양돼야 할 태도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한국 체류 외국인 관련 사건들은 한국 여성들에게 ‘미수다’ 출연자들의 말을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양 남자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같은 방법으로 여러 번 여자를 만나는 상습범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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