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여성의원 "경제회복 때까지 적용 미뤄야"
여성·노동단체 "정규직 전환 예산 획기적 증액을"
정치권 ‘비정규직 법’공방 치열

7월 1일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부와 한나라당은 “비록 법 시행일은 넘겼지만 이대로 둘 경우 1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며 이번 임시국회 내에 2년 유예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일 “비정규직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규직 전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초강수를 뒀다.

정부·여당은 지난 추경예산 편성 때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으로 1185억원을 책정했다. 1인당 매달 25만원씩 18개월 동안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부는 “법 개정을 전제로 합의한 제도이므로 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수희·전여옥·김금래·이애주·손숙미·김소남 등 6명의 한나라당 여성의원들도 1일 기자회견을 열고, “70만 명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실직 사태에 직면한 지금,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겪게 될 고통 앞에 같은 여성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비정규직은 537만4000명으로, 이중 여성 비정규직은 전체의 51%인 279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만7000명 줄어든 숫자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은 “물론 정규직 전환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국가 경제 상황과 기업의 지불 능력, 정부의 예산 능력을 감안할 때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법 적용 기한을 잠시 유예하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주장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3교섭 단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자회담 구성을 공식 제안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과 여성·노동·시민단체들은 “비정규직법을 현행대로 시행하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년 유예는 사실상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봉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참여연대,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등 9개 단체는 6월 30일 성명을 내고, “만약 경제위기를 빌미로 지난 5년간 논의 끝에 어렵게 제정된 비정규직법을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은 채 유예 또는 개악하려 한다면 정부·여당은 범국민적인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해 기업의 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 관행을 근절하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획기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6월 30일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안이 포함된 개정안이 어떤 형태로든 국회에 상정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도 같은 날 “노동계와 합의 없이 여당 독자적으로, 또는 야당과 졸속 합의로 유예를 강행한다면 즉각적인 전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위원장 최순영)도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양산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 노동자”라며 “유예 운운하며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는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당장 철회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여성주간 행사가 캠페인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와 최저임금 여성 노동자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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