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연예계만의 문제 아니다
장자연 사건 연예계만의 문제 아니다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7.03 12:58
  • 수정 2009-07-03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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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성폭력 83.4% 증가…성폭력 발생률 세계 2위
불감증 심각한 수준…‘관행’ 아닌 ‘범죄’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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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씨 사건이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가 체포됨에 따라 수사가 재개된다. 그러나 장자연 리스트 공개 당시 “권력 인사 등의 포함으로 수사는커녕 묻혀버릴 것”이란 항간의 예상이 맞아떨어져 과연 사건의 의혹이 어디까지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진행된 수사 결과는 역설적으로 장씨가 죽음으로까지 고발하려 했던 성매매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의 주류 인식을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이는 성폭력특별법이 시행(1994년 4월)되고, 성폭력이 5대 폭력에 포함(2006년 5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범죄가 10년 사이 83.4%가 증가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2007년 기준)여성부는 성폭력범죄 증가율이 전체 범죄에 비해 높고 전체 강력범죄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장씨 사건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행정관들이 버젓이 성매매를 한 것이 밝혀져 우리 사회의 성범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줬다. 또 “성매매 재수 없으면 걸린다”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열쇠를 나눠줬다”는 등의 강희락 경찰청장 발언과 이에 대한 언론의 행태는 점입가경이었다.

성매매를 근절해야 할 언론들은 강 청장의 발언에 ‘침묵’으로 담합했다. 심지어 몇몇 언론은 장씨 사건과 관련해 중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그간 주류 언론이 ‘풍선론’ 등을 확대재생산 하며 성매매특별법의 ‘무용론’을 보도한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살인·강도 등의 범죄가 법률로만 막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안의 폐지를 주장하는 언론은 어디에도 없다.

스포츠계 남성 지도자들의 성폭행 매뉴얼, 데이트 강간, 이별 통보에 따른 살인 등의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다. 자신의 쾌락 혹은 권력 유지를 위해 여성을 하등한 성적 대상으로 이용하고 소유물로 보는 남성들 사이에는 진보와 보수, 나이, 계급, 지역을 초월한 합종연횡이 펼쳐진다.

최근 발생한 전교조 조합원의 성추행 미수, 대기업 임원의 몰래 카메라, 박범훈 중앙대 총장의 성희롱, 이명박 대통령의 마사지 걸 발언등. 이는 “아름다운 꽃은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 순리이자 세상의 섭리”라는 주장(한광원 의원)을 근거로 한다.

이들은 남성의 성 욕구는 자제할 수 없어 성매매를 못 하면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남성의 성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장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인식에 있다.

성매매는 성폭력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한국의 성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 (2002년 GDP의 4.1%)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발생률이 세계 2위다. 오히려 성매매를 관행으로 인식하는 사회는 여성의 상품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성폭력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매매 업소는 입시학원까지 사칭하며 신종 변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촛불 시위가 있던 명동에서 데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커플을 연행하느라 바쁜 경찰은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 ‘소나기’만 피하면 되는 성매매 업주들은 거리낌 없이 영업을 이어간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성매매 영업을 했을 때와 벌금을 냈을 때의 손익계산까지 해주며 성매매를 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도한다. 한 건설 기업에서 접대 업무를 맡은 A씨는 “어제 벌금 낸 성매매 업소가 오늘 영업하는 게 일상”이라며 “게다가 정부가 기업이 ‘50만원 이상’ 접대비를 쓸 경우 내역 등을 보관토록 한 규정을 없애 오히려 접대가 더 쉬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더 배우고 많은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더 밝힌다”며 “성매매를 성공의 척도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의 말은 통계로도 증명됐다.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이상의 중산층 30대 화이트칼라’ 남성이 성매매 업소의 대표 이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장씨 사건과 관련, “사회가 조장하고 언론이 공조한 범죄인데 범인이 잡히겠느냐?”며 “괜히 아까운 목숨만 버렸다”고 말끝을 흐렸다.

결국 성매매를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주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장자연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장씨의 사건이 단순히 연예계만의 특수한 문제로 그쳐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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