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기억조차 하지 않는 이유

지난해 자칭 ‘나쁜 남자’인 그와 이별했을 때, 머릿속엔 ‘배신’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배신’이 헤어지는 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는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노희경 작가 말대로, 우리는 모두 각자의 한계 때문에 헤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이별 사유가 ‘배신’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사랑을 하면서 오히려 뒤틀린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듯이, 이별 또한 예견치 못한 배움을 가져다준다.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잘못된 명제는 이 같은 인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의 매력에 끌려 힘든 마음을 감수하고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신의 한계에 봉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를 뜻하는 ‘옴므 파탈’(Homme Fatale) 신드롬’의 잘못된 근원지는 드라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에 이어 이승기가 연기하고 있는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이 ‘나쁜 남자’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분석은 차가움 이면에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있는 그 남자들의 진심을 간과한 결과다. 드라마 속 나쁜 남자들은 나쁜 척하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사랑할 줄 아는 용기와 열정이 있는 인물들이다.  

진짜 ‘나쁜 남자’들의 특징은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연애불변의 법칙’에 등장한다. 연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여성이 제작진에 의뢰해 그 남성의 사생활을 몰래카메라로 탐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카메라에 여과 없이 담겨진 그 남자들은 자신의 연인에게 욕설과 폭력을 일삼고, 아무 여자와 진한 스킨십과 하룻밤을 즐기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 의해 ‘나쁜 방송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전근대적인 남녀관계의 판타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인 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고 자극적인 장치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이제는 여성들 스스로도 자의식을 키우고 나쁜 남자로부터 벗어날 때다.

차가움 이면에 따뜻한 가슴이 없는 남자는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다. 가슴이 따뜻하면 어떤 식으로든 전달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지난 사랑이라도 애틋함은 남아 있기 마련인데, 유독 지난해 헤어진 그 ‘나쁜 남자’에게만은 ‘미안하다, 관심없다’.

이게 나쁜 남자의 한계다. 나쁜 남자에 대한 기억은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인간의 피가 뜨거운데 아직도 ‘쿨함’을 외치고 있는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이 진리를 꼭 믿어보시길. 머지않아 피식 웃고 말 자신을 대면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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