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사람과 같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왜 다른 사람과 같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7.03 12:17
  • 수정 2009-07-03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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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관습에 반기를 드는 초등학생들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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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마을 아이들은 모두 같은 머리를 하고 있어?"

모든 사건은 한 소년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마을에서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 관습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아이들은 이제 “왜?”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작은 반란으로 평화롭던 시골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소년들의 유쾌한 성장기에 전통과 현대의 충돌, 획일화되는 집단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담아낸 영화, 30대의 젊은 여성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요시노 이발관’이다.

모든 소년들이 ‘요시노가리’라 불리는 바가지 모양의 머리를 하고 있는 이 마을의 전통은 10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대대로 이발관을 하고 있는 ‘요시노 이발관’의 주인 요시노 아줌마(모타이 마사코). 등굣길에 교문에서 자로 길이를 재며 두발 검사를 하고 5시가 되면 “어린이 여러분,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라며 마을 안내 방송을 책임지는 요시노는 마을 전통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변화의 조짐이 시작된 것은 도쿄로부터 전학생이 들어오면서부터. 갈색으로 물들인 세련된 헤어스타일의 전학생은 단번에 학교 여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버린다. “다른 아이들과 같은 머리를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바가지 머리를 거부하는 그를 보며 요시노의 아들인 게이타는 처음으로 “바가지 머리가 그렇게 싫은 건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반항을 꿈꾸게 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영화는 사춘기 소년들의 성장영화다. 자신들만의 비밀 기지에 모여 야한 책을 돌려 읽으며,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망설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성장영화에나 등장하는 소년들과 다르지 않다. 역시나 두발 규제의 경험을 겪었을 우리나라의 어른들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법한 영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거예요”라는 아들의 물음에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 아닐까”라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유쾌한 유머로 버무려내는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이 영화에도 녹아 있어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요시노 이발관’은 단순한 코믹 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잔잔한 성장영화 이상의 주제를 담고 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되었던 관습이 전학생이라는 외부와의 접촉으로 흔들리면서 드디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게 된 대중은 인습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새로운 세대인 아이들이고 결국 어른들은 “안타깝지만 세상은 변하는 것이야. 그리고 전통은 전설이 되는 거지”라는 진리를 받아들인다. 문화적 충돌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현재를 축소해놓은 듯한 마을의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에 대입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가지 머리는 인권침해야.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1조에 규정되어 있다고. 너희들은 표현의 자유를 전통에 빼앗긴 거야.” 게이타 무리에게 바가지 머리의 부당함을 설파하는 전학생 사카가미의 주장은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오기가미 감독은 ‘카모메 식당’과 ‘안경’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인물. 그의 데뷔작으로 뒤늦게 국내 개봉을 이룬 이 영화는 ‘카모메 식당’에서 보여준 감독의 독특한 관점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주연 모타이 마사코,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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