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윤동
화가 이윤동
  • 금사홍 / 아트 칼럼니스트
  • 승인 2009.07.03 12:16
  • 수정 2009-07-03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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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자연과 인간의 존재

옥수수 빵과 전지분유



요즘처럼 자극적인 먹거리가 많지 않던 초등학교 시절 급식으로 나오던 옥수수 빵에 커다란 학급 노란 주전자 한가득 데워진 우유의 맛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밍밍하지만 뒷맛이 고소한 그 맛이 그때는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예전 급식에서 나왔던 옥수수 빵과 더불어 마셨던 전지분유의 맛과 같은 느낌이 바로 화가 이윤동의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그의 작품을 이루고 있는 배경은 문자 조각으로 채워진 무채색 계열이지만 결코 차갑지 않다.

문자로 배열된 알아볼 수 없는 언어의 조각들은 마치 자연에서 무수한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어느 선사가 태워버린 불경의 재 속에 타다 남은 글자처럼 우리에게 사색과 마음의 방향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화면을 이루는 조각조각의 인쇄물은 각기 완전하지 못한 정보나 지식의 단편을 의미하고, 우리들 삶 속의 많은 상념과 독백 등을 뜻하기도 한다. 조각의 단편들은 하나의 점철된 사건에 대한 인식과 관념들일 수도 있다.

인식과 관념들은 작가의 작업 과정에서 읽히기도 한다. 시간의 노정과 깔끔한 처리의 과정을 요하는 작업을 하면서 작가는 더 많은 사유의 시간을 보낸다고 할 수 있다. 

양극의 세계 통한 유한성 표현



인쇄물 조각으로 점철된 바탕 위에 그려진 자연의 식물과 사람의 이미지들-부질없는 많은 것을 뒤로하고 아무런 시간의 구애 없이 어디론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산책을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 서서 무언가를 쳐다보거나 생각하거나 때로 유년의 행복을 떠올리는-을 인쇄물의 공간 위에 오버랩 시킨다. 작가는 이것이 결코 쓸쓸하거나 우울한 상태가 아닌, 홀가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지길 기대한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마음의 상태인지도 모른다. 화면에서 한결같이 작은 형태로 보여지는 인간의 이미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초라할 수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임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이미지들은 화면을 이루는 언어 조각과 대립하면서 단절과 소통의 형상으로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많은 의미를 보여준다.

작가는 환경과 자신, 즉 자연과 인간을 생각할 때 인간은 환경 공간 속에 존재하며, 인간과 자연은 시간 속에서 생성과 소멸하는 엄정하고도 숙명적인 유한성을 가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서 구상과 추상, 물성과 서술의 양 측면을 동시에 지니며, 존재와 비존재, 현존과 부재를 통해 회화의 풍부한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을 함께 시도한 점도 바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함인 듯하다.

이윤동의 ‘Journey’



이윤동의 인쇄물에 의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작업은 2003년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됐다. 2004년 캐나다 현지의 영자신문을 활용해 여행자의 기록처럼 화면 바탕을 가득 채워 제작한 작업을 개인전을 통해 발표하면서부터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업 과정을 보면 먼저 제각각의 시간의 흔적과 경과에 따라 빛바랜 정도가 다른 책자나 신문과 같은 인쇄물의 조각조각-캔버스 위에 손으로 찢은 제각기 다른 면적과 형태를 가진-을 서로 맞물려 부착하여 바탕을 이루게 한다.

이는 작업의 주된 과정이며 작품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식물의 이미지와 사람의 이미지가 선묘로 더해진다. 캔버스 위에 부착된 종이 인쇄물이 지니는 재질의 가벼운 것과 시간에 따른 화학적인 변화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수차례에 걸친 코팅 처리와 망사 천을 더하여 다시 작업한 후 미디움이나 바니시 처리로 작품을 마감했다. 미니멀리즘 적이고 세월에 따른 재질이 주는 미묘한 변화만이 존재하는 모노크롬적인 이윤동의 작업은 점차 다양한 색채를 도입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소 시간을 소요하는 조각조각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과정 내내 스스로의 사색과 마음의 행로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호젓한 고요함과 편안한 안락이 작품 속에 묻어나 깊은 암자에서 마신 약수처럼 우리에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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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동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 캐나다, 일본에서 15회의 개인전 개최와 한일현대회화전, 한중현대회화교류전, 에꼴 드 서울전, 아시안정신전, 전북대 개교 60주년 교수 60전 등 200여 회의 그룹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캐나다 프레이저밸리 대학교 연구교수(2004)를 지냈으며 현재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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