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외로움끼리 만나 서로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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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7.03 12:07
  • 수정 2009-07-0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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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가 김남희씨의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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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깊은 산길에서 만나는, 다 다르면서도 같은 얼굴들. 결국 그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건 나 자신이다. 생의 모든 길이 그러하듯 길 위의 길 역시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이겠지.”

배낭여행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남희씨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시리즈를 통해 이처럼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도 많은 여성들은 홀로 길 위에서 자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길 위에서 겪은 수많은 기억들을 기록한다.

혼자 세상 곳곳을 다닌 지도 어느덧 7년. 이제 김남희 작가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골목 귀퉁이에서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다. 밥보다 더 귀한 장작으로 더운 물을 끓여 발을 씻겨주던 파키스탄 산골 할머니의 손길, 3박4일 기차여행 내내 끼니를 챙겨주던 이란 처녀들의 넉넉함,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고 다가와 말없이 옆에 있어준 한 한국인 여행자 등. 이번에 김남희 작가가 들고 온 주제는 혼자 길 위에 서있을 때 만난 소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신간 에세이 ‘외로움이 외로움에게’(웅진지식하우스)에는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며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주었던 길 위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은 김남희 작가에게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존재들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애틋한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가파른 삶의 길을 가는 외로운 순례자라는 사실도.

중요한 것을 찬탈 당한다 해도 우리는 묵묵히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스물넷의 조제, 지금 마주하고 있는 얼굴이 가장 귀한 인연임을 알려준 티베트계 스위스인 조단, ‘슬로라이프’란 말을 처음 만들어 사랑과 돌봄의 참뜻을 알려준 신이치 등.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작가로 하여금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7년 전 방 빼고 적금을 깨 여행을 떠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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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파리의 한 집에서 다양한 여행자들이 모여 나눈 서로의 체온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그날 우리가 나눈 건 서로의 체온이었다. 아직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떠도는 이들의 체온. 우리는 아직 젊어서 쓸쓸했고 정거장 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갈 앞으로의 삶이 어떤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아직 우리는 궤도를 이탈한 별들이었다…나란히 베란다에 서서 파리의 야경을 바라보던 그 밤, 외로움은 외로움끼리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건 따뜻한, 온기 나는 외로움이었다.(본문 중)”

김남희 작가는 다시 가방을 메고 신발 끈을 조이며 길 위에 오를 준비를 한다. 이번 여행지는 일본이다. 새로운 길 위에서 만날 이들은 어떤 얼굴일지, 그들은 말없이 또 어떤 가르침을 작가의 생에 뿌려놓고 떠나갈지 그려본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렇게 그의 여행 예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행이 결국 그에게 가르쳐준 것은 ‘낯설고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곳에 몸을 두고 마음을 섞어가며 사랑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더 많이 가지려 할수록 공허해질 뿐이고,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것을…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기쁘게 해 나갈 때 내가 사는 세상의 희망도 커질 것임을 믿는다. 여행은 그렇게 삶과 세상을 향한 나의 믿음을 변화시켜주었다.(본문 중)”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웅진지식하우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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