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 ‘다산장려금’ 평범한 여성에겐 그림의 떡
양육 부담 느끼는 부모들에게 희망 주는 정책 필요

경북에 사는 한 부부는 올 3월 일곱 번째 아기로 건강한 딸을 얻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부부는 여섯 번째 아기가 태어났을 때 시청에서 1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았고 그밖에 쌀, 참치 세트, 휴지 등 생필품 지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첫째 아이 장학금 30만원 지원, 보건소의 산전 관리와 신생아 검진 등의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강남구가 ‘출산양육 및 다자녀 가족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표함으로써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이른바 다둥이 지원정책에서 ‘신기록’을 경신했다. 조례에 따르면 둘째 자녀를 출산한 가정에 100만원 이내, 셋째 자녀 500만원, 넷째 1000만원, 그리고 다섯째 이상은 3000만원까지 ‘출산양육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경북에 사는 부부가 여섯째 자녀를 낳고 받은 지원금의 무려 30배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서울 중구가 제시한 지원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둘째 자녀 20만원, 셋째 이상부터는 300만원, 500만원 등으로 한 명을 더 낳을 때마다 금액이 껑충 뛴다. 심지어 아홉째 아이는 2000만원, 열 번째 아이부터는 3000만원의 출산양육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우 비인간적인 비교를 해보자면, 중구에 사는 어머니는 강남구에 사는 어머니보다 2배로 아이를 많이 낳아야 최고 수준의 지원금인 3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엄청난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트릭’이 숨어있다.

첫째, 다둥이 지원액을 올리더라도 실제 이 돈을 받아갈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2005년 센서스 자료를 근거로 개략적인 계산을 해보면, 가임 연령에 해당하는 15세에서 44세 기혼 여성 중 자녀를 열 명 이상 출산한 사람은 0.0006%, 다섯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도 0.01%에 지나지 않는다. 3000만원의 ‘다산장려금’은 대다수 평범한 여성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둘째로 지적할 것은 출산양육지원금이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되며 이러한 단서 조항이 강남구 조례에도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모순이 숨어있는데, 출산을 장려하고자 지원금을 주는 것이지만 만약 다둥이 출산이 너무 많이 늘어난다면 예산이 부족해 지원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출산 순위에 따른 가중지원 방식은 결국 ‘그렇게 많이 낳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적은 예산으로 홍보효과를 노리는 정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내가 어느 지역에 사는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달라진다. 지자체 수준에서 지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며, 시쳇말로 부자 동네에서 아이를 낳으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셈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다섯 자녀 이상, 열 자녀 이상을 출산하면 거액을 준다는 식의 방안은 다산 어머니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던 1950년대 어머니날의 풍속도를 상기하게 만들 뿐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은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다둥이 지원보다 훨씬 더 시급한 것은 한 명, 또는 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적 부담이나 경력단절의 우려 때문에 자녀 출산을 미룰 수밖에 없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양육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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