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재단, 눈물 콧물 범벅 워킹맘 일상 공연

“우리 엄마는 평생 일해도 나 아무 문제없이 잘 컸어. 막말로 이혼이라도 하면 할 줄 아는 게 없어 먹고살 수도 없잖아.”(워킹맘 안희씨)

“너 지금 이혼이라고 했냐? 나가버려. 넌 엄마도 마누라도 아니야!”(남편 대평씨)

딸 성미가 엄마를 기다리다 소나기에 맞고 심한 열병을 앓던 날. 화난 아빠 대평씨는 워킹 맘 안희씨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제안한다. 이미 성미가 아팠을 때 간호를 위해 잘나가던 자리를 포기하고 급이 한참 떨어지는 회사에 ‘간신히’ 복귀한 안희씨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그녀에게 일은 인생을 전부 걸었던 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워킹맘으로서 당당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하지만 ‘육아’라는 숙제를 풀지 못한 안희씨는 결국 이혼을 준비한다. 그녀가 집을 나서려는 순간 딸 성미가 “잘못했다”고 울며 매달린다. 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희씨가 혼자 우는 사이 무대의 막이 내렸다. 그 후 진짜(?) 연극이 시작됐다. 30여 명의 여성 관객들은 모두 ‘안희씨’가 되어 캄캄한 극장 안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다시 막이 오르자 눈물 콧물이 범벅된 여성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제각기 ‘성미’와 ‘안희’ 역할을 하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6월 20일 워킹맘을 위한 공연이 무료로 펼쳐졌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은 이날에 이어 7월 4일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서 참여 연극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면 안 돼?’를 개최한다. 

메인 공연, 토론 재생 연극, 마무리 댓글 달기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관객들이 즉석으로 연극에 등장인물로 참여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이색적인 형식을 선보인다. 이날 무대에 오른 A씨는 성미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B씨는 시골에 가서 살자 하고, C씨는 일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등 제각기 자신의 삶을 투영하며 열연을 펼쳤다.

또 대평씨에게 남편의 역할에 대해 토론을 요청하고, 안희씨가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계속 해야 할지에 대해 그룹별 토론 등이 이어지며 무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을 계속 해야 된다는 그룹은 일을 포기했을 때 결국 남편과 딸에게 생긴 피해의식으로 가족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가정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다른 팀은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팀은 건강한 육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부에게 교육 운동을 펼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극이 두 시간여가량 진행되는 동안 워킹맘들은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며 건강한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고민했다.  

자신을 불량 엄마라고 소개한 김소희(46·공무원)씨는 관람 내내 가장 많은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대사 한 마디와 모든 상황이 저뿐 아니라 한국의 워킹맘들과 똑같아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자신을 잃어버리기보다 자아존중감 있는 행복한 엄마가 결국 좋은 엄마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올바른 육아를 위한 엄마, 아빠 되기 등의 부부 교육과 공적인 영역에서의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이번 공연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www.seoulwomen.or.kr)나 전화(02-810-5055~7) 등을 통해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공연은 오후 2시와 4시 30분에 열리며, 공연하는 동안 자녀들은 3층 별난 놀이터 탁아소에서 무료로 돌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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