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향한 심의행정으로 신뢰 잃어

이례적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의 잇단 사퇴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년간 방통심의위 활동이 일관성 없는 심의로 언론 통제를 낳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김영미 팀장은 6월 23일 민우회가 주최한 ‘흔들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통심의위 회의록 분석을 근거로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해 방통심의위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제시됐다.

김 팀장은 ‘회의록을 통해 본 보도교양심의 문제점’이라는 발제문에서 “정부와 정부 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이 공정성 위반으로 전체회의에 올라가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며 “그러나 간접광고 등 상업적 표현에 대한 심의는 상대적으로 제재 수위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YTN의 ‘뉴스오늘 1,2,3,4부’ ‘YTN 사태 100일…희망의 노래’와 KBS1TV의 ‘가는 해 오는 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 등의 심의 결과를 분석 근거로 제시했다.

김 팀장은 “과도한 심의가 검열로, 검열이 언론 통제가 될 수 있음을 정부와 정부 추진사업 비판 보도에 대한 심의에서 나타났다”며 “일관성 없고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심의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1.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지난 1년은 심의기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잃은 한 해”라며 “국민이 아닌 정치권을 향한 심의행정”이라고 혹평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 소장은 ▲위원회 운영에 있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표결 중단 ▲특별위원회의 위상 강화 ▲넓고 자의적인 심의 대상 범위 축소 ▲상시적 관리 감독 방안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강 소장은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려면 무엇보다 위원 선임방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심의위원은 대통령 3인, 여당 3인, 야당 3인씩 추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사안마다 매번 ‘6 대 3’이라는 결정이 나와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 소장은 “국회 내 중립적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개방형 공모 절차를 실시하는 등 구성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외 황성기 한양대 법학 교수는 ‘6 대 3 위원회’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정족수’를 제안했다. 사안에 따라 최소 8명이 동의하도록 하는 등 사안별로 정족수를 다르게 하자는 것이다.

이어 이남표 MBC 정책협력팀 전문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심의규칙이라면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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