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 지친 학생들 "공부하고 싶어요!"
싸움에 지친 학생들 "공부하고 싶어요!"
  • 정백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6.26 11:28
  • 수정 2009-06-26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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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표적 감사’ 의혹 속 이론 전공 8개 학과 축소 논란
서불대, 해임 교수 불인정에 학생 항의…학습권 소송 제기

 

일부 대학에서 일어난 학내 분쟁이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4일 낮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가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소송 제기 기자회견.
일부 대학에서 일어난 학내 분쟁이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4일 낮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가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소송 제기 기자회견.
대학의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방학도 반납한 채 싸움을 벌이는 학생들이 있다. 일부 학교의 행정업무 관련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학교 운영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와 사립재단 측과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다. 정부와 한예종의 분쟁은 한 달이 넘었고, 서불대는 재단과의 분쟁 원인을 제공한 총장 해임 사태 이후 무려 1년이 지났다.

정부와 한예종의 분쟁은 지난 5월 통보된 문광부의 감사 결과에서 시작됐다. 문광부는 3월 18일부터 40여 일간 진행된 감사 결과로 한예종 내 모든 이론전공 학과의 축소·폐지, 황지우 총장 징계, 과학-예술 통섭교육 중단 등을 지시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이번 감사가 이른 바 ‘한예종 죽이기’를 위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황 총장의 불명예 퇴진이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이은 ‘좌파 기관장 퇴출’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현재 한예종 내에 설치된 이론학과는 음악, 연극, 영상이론, 무용이론, 미술이론, 한국예술, 예술경영, 서사창작 등 8개. 문광부는 학생들의 창의성 저해를 학과 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이론학과 폐지 논란이 일자 문광부는 “학과를 없애라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면서 “현재 학생들이 재학 중인 이론학과는 폐지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재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감사 결과 통보에 학생들은 심각한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학과 축소 의혹이 불거졌던 이론 전공 학생들은 감사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과를 마음대로 없애면 정부가 그대로 보상해줄 것이냐”는 원망스러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예종 영상원 출신이자 서사창작과 대학원 휴학 중인 에세이스트 김현진씨는 “감사 결과와 문광부의 해명을 보자니 촌티가 너무 난다”면서 “이론 없는 예술이 과연 생명력이 있는 예술인가”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정치에서도 모자라 신성한 예술에서도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며 걱정했다.

한예종이 정부와 학교 간의 싸움이라면 서불대는 재단과 학교 간의 싸움이다. 전형적인 사학 분쟁의 사례다. 서불대와 운영재단인 보문학원 간의 분쟁은 지난해 6월 직무유기를 이유로 황윤식 총장을 강제 해임한 것부터 시작됐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해임 사유는 직무유기였지만, 그 내막은 따로 있다.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사제관계였던 전직 이사장 덕해 스님과 현재 이사장인 지욱 스님 간의 갈등이 사태의 근본적 뿌리”라고 전하고 있다. 황 총장은 덕해 스님과 가까운 사이였고, 덕해 스님의 제자였던 지욱 스님 측이 결국 황 총장을 해임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4명의 교수와 학교 직원 9명이 황 총장의 행정을 따랐다는 이유로 강제 해임됐다. 황 총장 해임 철회를 촉구하며 학교 등록을 유보했던 재학생들은 제적됐다. 이후의 학교 행정은 재단 측 인사들의 편의대로 진행됐다. 재단이 임명한 총장직무대행은 학생들의 등록금 3400만원을 지출하여 용역업체를 고용했고, 용역업체 직원들은 학교 교문을 막고 기존 학교 구성원들의 출입을 불허했다고 학생들은 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5월 26일 서불대 사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고 황 총장과 학교 행정직 인사들의 복직을 명령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황 총장에 대한 복직만 허가하고, 나머지 시정조치는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

학생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당장 논문 심사를 해야 하는데, 해임된 담당 교수들이 복직될 기미조차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 측이 교수들의 복직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정상적인 논문 심사는 물 건너갈 상황이다. 서불대 재학생 김이수씨는 “학교 측이 지도교수의 이름을 본래 교수가 아닌 친재단 측 교수의 이름으로 바꾸면 논문을 통과시켜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입고 있는 피해에 대해 강경 대응 의지를 내보였다. 오세준 학생회장은 “부당하게 해임된 4명의 교수를 복직시켜 학습권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현재 학생 50여 명이 학습권 침해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내 분쟁을 일삼는 현 재단이 퇴진하고, 관선 임시이사가 파견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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