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년차 프로 주부 오성근씨
[인터뷰] 11년차 프로 주부 오성근씨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6.26 11:13
  • 수정 2009-06-26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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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은 생명 기르는 가장 위대한 일"
양성평등해야 가족이 행복…남편에게도 살림할 기회 줘야

 

"사람은 동등한데 사회생활을 원하는 아내에게 싫어하는 살림을 강제할 논리가 없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잖아요.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을 한 것뿐입니다."

당당한 전업주부 오성근(44)씨가 살림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다. 남성 전업주부 1세대를 대표하는 오씨는 실직 등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 선택으로 주부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주부가 된 남성들이 자존감을 갖지 못하는 것과 달리 오씨는 직업을 당당히 알리기 위해 ‘남성 주부’라는 명함까지 만들고 육아 책을 출간하는 등 11년째 ‘프로’ 살림꾼으로 살고 있다.

남자가 주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오씨는 별종이라는 수군거림, 무능력자라는 모욕, 따돌림 등 온갖 설움과 역차별에 시달렸다. 또 변하지 않는 양가 부모님의 시선도 상처로 남았다. 오씨의 부모님은 3남 1녀 중 장남인 그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지금도 용납하지 못하며 돈 버는 아내의 눈치를 살핀다. 장인 장모 또한 귀한 딸 데려가 놀고먹는 파렴치범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쉽게 정서적인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때로는 ‘주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회와의 단절, 다양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친구들과의 괴리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 11년 전 그 때로 돌아가면 같은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오씨는 “둘 중 누군가 해야 된다면 할 수 없지만, 지난한 과정을 돌아보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 같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는 한 발만 벗어나면 이단아 낙인을 찍는다”며 “사랑하는 아내를 존중하고 성 고정 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 선택했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요즘엔 딸 다향이가 학교 대신 홈스쿨링 교육을 하는 터라 ‘무책임한 부모’라는 이단아 낙인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오씨는 “한 줄로 서서 친구를 짓밟는 경쟁을 다향이가 원치 않아 가족이 합의해 결정했다”며 “여행 등을 하며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통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오씨는 달라진 시대에 따라 남성 주부를 우호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반해 여전히 살림을 무시하는 인식에 답답해했다.

“살림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힘겨운지 정말 상상도 못합니다. 주부는 생명을 기르는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 사회는 여전히 살림을 무능력자의 몫으로 인식하고 주부를 폄하합니다.”

오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부들에게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그는 “한국 남성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하게 사회적으로 길러져 살림의 소중함을 모른다”며 “주부들끼리 연대해 자기 자신에게 휴가를 주며 남편에게 살림을 책임질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아내가 둘째를 원했지만 막상 내가 직접 육아를 해보니 도무지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아 아이 낳기를 포기했다”며 “이젠 한국 남편들도 부인에게 육아를 미루지 말고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뛰어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아내와 딸이 잘 지내는 것을 볼 때 주부로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그는 주부라는 직업을 통해 “남자의 몸으로 경험하기 힘든 세상을 접하고 여자들이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는지 몸으로 느끼면서 연대감이 생겼다”며 “또 가난한 집안의 맏이로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오씨는 아빠가 보이지 않으면 울며 잠도 못 잤던 딸이 엄마의 친구가 될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며 작가로서 홀로서기를 꿈꾼다. 그는 10여년 만에 사회로 나서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도전이 주는 온갖 상상과 설렘으로 항해를 떠나는 선원처럼 가슴이 뛴다고 전했다. 가족과 하루하루 추억을 쌓으며 행복하게 현재를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오씨. 그가 선배로서 남성 주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긍심’이다.

“여자아이가 축구를 하고 남자아이가 슬퍼 우는 게 이상한 일일까요? 성차별적 편견을 넘어 양성이 평등해야 서로 행복해질 수 있는 만큼 주부로서 자부심과 철학을 갖고 당당해지면 좋겠습니다.”

한편, 오성근씨는 ‘매일 아침 밥상 차리는 남자’ ‘Hello! 아빠 육아’ 등을 출간하고 양성 평등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평등부부상’(2001년 여성신문), ‘성평등 디딤돌상’(2007년 제주여민회)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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