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나고 있는 한국 사회…‘여성들’ 역할 필요
여성이 ‘정치’ 화두로 삼아야 시대적 과제 해결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지금 정신없이 바쁘다. 나라가 부도가 나서 그것을 수습하느라 그렇다. 그간 나라를 남성에게 맡겨놓은 결과가 이렇게 되자 여성이 총리로 나서고 20대 여성 각료가 등장했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볼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부도가 나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서민층 국민은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프고 앞날을 생각하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시국선언이 줄줄이 사탕처럼 나오고 있지만 경고음이 무시되는 상황에서는 해결책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자들이 나서야 한다.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도가 위정자들이 자기 배만 불리고 국민을 생각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듯이 우리의 정치 부도 또한 남자들이 정치를 장악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제는 여성이 각료도 되고 여성 의원들이 상당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 묻는다면, 의회 방청 한 번이라도 가 보셨는지 되묻고 싶다.

가물에 콩 나듯 있는 여성 의원은 남자들끼리의 담합에 힘을 쓸 수 없다. 며칠 전 강연을 갔던 충청도의 ㅊ군에서는 젊은 여성 군의원에게 남성 군의원들이 면전에서 ‘이년, 저년’ 소리를 하는 게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성 의원 중 다선 의원이 몇이나 되는지 헤아려 보셨는가. 지역에서 신망 받는 여성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밀리는 일은 나도 족집게로 예언할 수 있다.

선거는 국민적 드라마이고 공천은 그 드라마의 캐스팅이다. 기대하는 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캐스팅 되었을 때 시청률이 올라간다.

오늘날 낮은 투표율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막대기만 꽂아도 이 동네에서 우리가 된다’는 똥배짱으로 공천을 해온 남성 중심의 정파주의나 계보주의에서 비롯된다. 공천에 센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남자’는 자신의 당내 입지 강화에 무조건 행동대원으로 나서줄 수 있는 ‘자기 남자’를 넣고 싶어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부도난 한국 정치에 여성이 희망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여성들은 정파와 계보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당내 조직이나 후견인’이 아니라 ‘국민’을 모신다. 외로운 그들에게 국민의 지지는 유일한 백이며 국민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정치를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일부 보통 남자들은 이미 아무렇지 않게 여성 대권주자를 발설하는 의식의 진보를 이루었다.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는 남성패권주의자들의 농간을 이제 뛰어넘은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평범맨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나는 체감한다.

이제 우리 여자들의 화두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정치 부도로 영양실조에 걸린 국민에게 ‘영양란’이 시급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조역할이 아니라 주요 역할자가 되어야 하며 위기 돌파 땜빵용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산적 모성 정치를 해야 한다. 여성과 정치, 이제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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