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3년 정동의 부인병원이었던 ‘보구녀관’에서 간호교육이 시작되면서 이 땅에 여성 전문직 교육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야 여성의 사회·경제활동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지만 당시 여성에게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돼 있었고,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천하게 여기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간호교육 기관에 입학했던 여성들은 우리나라 여성 전문직 교육의 개척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 전문직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간호사는 과거와 비교해 처우가 얼마나 나아졌을까? 시대 흐름에 따라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호칭이 바뀐 지도 20년을 훌쩍 넘었다. ‘원(員)’에서 ‘사(師)’로 바뀐 만큼 근무 환경도 좋아지고, 사회적 지위도 인정받을 성 싶지만, 아직까지 의료인으로서 전문직역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소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다. 전문직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오늘도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의료인으로서 동반자적인 인식 부족과 열악한 업무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이들 간호사들은 저임금과 하루 24시간을 나눠 일하는 3교대 근무, 여성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출산과 보육 문제 등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똑같은 이유로 8만여 명에 달하는 유휴 간호사가 재취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20~30대가 5만 명이나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고 싶은 유휴 간호사들이 간호 현장에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규대학을 나오고도 단순노무직의 월평균 임금 수준인 120만~140만원을 받는 신규 간호사들의 초임부터 높여주어야 한다. 이 같은 중소병원 간호사의 저임금 구조는 실생활에 경제적인 보탬을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자녀 양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들어 결국 취업하는 데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국가의 소중한 자원이자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양성된 간호사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적 요청이기도 하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하자면 의료인으로서 탄력근무가 가능한 간호사 활용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양성평등 의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수직적 권위주의 문화가 강한 의료계에서는 성 주류화와 일·가정 양립에 대한 전략이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은 여성 전문직 교육의 개척자라는 긍지와 함께 국민건강 파수꾼이라는 역할 속에서 오늘도 그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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