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는 우리 영혼이 주는 선물"
"멜랑콜리는 우리 영혼이 주는 선물"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6.19 11:38
  • 수정 2009-06-1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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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신학자 현경 교수의 ‘시대적 우울 극복법’
우울 상태 받아들임-직면-분노표출-명상-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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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이면 한국에 들러 ‘살림이스트’들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는 페미니스트 신학자 현경 뉴욕 유니언신학대 교수가 올해는 ‘우울과 멜랑콜리(melancholy)’란 주제를 들고 돌아왔다. 살림이스트는 생명과 영적인 진보를 중시 여기는 생명지킴이 전사들을 뜻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지혜, 정의와 보살핌, 나눔과 사랑에 근거한 살림문화의 중요성을 늘 일깨워온 그 역시 어느 때보다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강풍에 진보신학의 명문인 유니언신학대도 그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를 겪고 있고, 국내에서는 여러 충돌과 혼란으로 사람들이 죽어갔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자살률이 회원국 중 1위(남성은 4위)를 기록했다. 이 시대적 우울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14일 북촌 은덕문화원에서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주최로 열린 ‘2009 살림이스트 워크숍’에서 현경 교수는 “우울과 멜랑콜리는 영혼이 우리에게 던지는 선물이니 받아들이고 싸워야 한다”고 일렀다.

“아무도 못 견딜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이 적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분노가 어떤 대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쌓이면 그것이 자기증오가 되고 우울증의 씨앗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감정들은 당신을 찾아가라는 초대장입니다. 우울을 받아들이고 싸우세요.”

현경 교수는 우울을 극복하는 첫 단계로 ‘우울에도 이유가 있다’는 진리를 받아들일 것을 제시했다. 이는 ‘치유하는 글쓰기’의 저자 박미라씨가 “운명은 이유 없이 해코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해’라고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알고 깨어 있는 사람은 슬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슬픔은 나 자신의 슬픔이 아니라 우주적 슬픔이고, 이 슬픔으로 인한 우울은 ‘그동안 만들어내지 못한 영적인 힘(soul power)을 만들어내라는 신호’라고 전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 루미는 ‘삶은 친절하고 아름다운 여관’이라고 했습니다. 이 여관에는 모든 사람들이 오는데, 주인으로서 이들을 배척하지 말고 대접해서 다시 보내줘야 한다고 했죠. 모든 손님은 이유가 있어 찾아온 존재란 뜻입니다. 그 손님이 우울이면 피하지 말고 터널 속으로 걸어가십시오. 정면 돌파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터널 끝이 나옵니다.”

정면 돌파를 한 후에는 우울증의 씨앗인 ‘분노’를 표현할 것을 권했다. 분노를 표현하지 않으면 부메랑처럼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더 큰 우울 상태에 잠기기 때문이다. 현경 교수는 ‘한은 영혼의 암’이라며 “화를 표현하라. 틱낫한 스님도 화나는 것을 부정하지 말라 했다. 화의 이유를 충분히 들을 때까지 화를 내면에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지하 시인이 흥을 동반한 한이 ‘흰 그늘’이라고 표현한 것을 빌려 ‘환골탈태’하라고 전했다. 깊은 한이 썩고 발효되면 새롭고 깊은 맛을 내기 마련이지만, 한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냥 썩은 상태가 된다. 그냥 썩히느냐, 발효시켜 새롭게 태어나 환골탈태 할 것이냐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아’라는 항아리에 깨져 나간 파편을 찾는 방법으로 ‘명상’을 권했다.

내적인 힘을 키울 수 있는 명상은 어둠 속의 빛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경 교수는 “명상은 우리 삶에 공간을 주기 위함”이라며 “침묵 속에서 나오는 말, 에너지, 존재감은 힘과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므로 명상을 통해 삶의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진화 과정의 ‘어느 시간’에 와 있다. 과거에는 간디, 마르크스, 체 게바라 같은 위대한 남성 인물들이 세상을 바꿨지만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이 되어가는 시대다.

현경 교수는 “더 이상 밖에서 메시아를 찾지 말라”고 일렀다. ‘우리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답은 나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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