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 잘 극복하면 오히려 ‘성공’ 원동력
한국 직장인 80.2% "험담한 경험이 있다"

최근 승진을 통해 핵심 요직에 배치된 강은영(37·가명)씨는 요즘 회사 생활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다.

강씨를 향한 입사 동기들의 시선이 과거와 달리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동기가 휴일 밤낮없이 일했던 자신의 노력은 보지 않은 채 승진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강씨는 “적절한 선의의 경쟁은 서로에게 윤활유가 되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무조건 배가 아픈 이런 문화는 개인을 넘어 조직의 분위기마저도 망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흔히 이민 사회에서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행태를 꼬집는 말 중 하나로 ‘독 속의 게’라는 말이 있다. 독 속에 게들을 잡아 넣어두면 한참 동안 기어오르는 게를 다른 게가 붙들고 밑으로 떨어뜨려 결국 한 마리도 기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을 비유한다.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 고문은 저서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통해 “1990년대 초 하와이와 멕시코 등에 이민 간 한국인들이 서로 곤궁에 빠졌을 때는 공존했다”며 “하지만 일가를 이루고 잘살게 되면서부터는 성공을 모함하고 훼방하는 내적 특성으로 인해 한국 이민자들의 자립과 성공이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며, 잘난 사람에 대한 질투는 자연스레 험담 문화로 이어진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 리크루팅 기업 몬스터 월드와이드(www.moster.com)가 한국과 미국 직장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직장동료 험담 경험’에 관해 조사한 결과 80.2%의 한국 직장인이 험담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22.1%를 기록한 미국인보다 약 4배 험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인들은 이 같은 험담을 싫어하면서도 자신 역시 많이 하고 있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직장인 14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싫어하는 매너 없는 동료 유형’으로 ‘뒷담화를 하는 유형’을 1위(37.8%)로 꼽았다. 동시에 자신 또한 매너 없는 행동으로 ‘뒷담화’를 가장 많이 했다(22.2%)고 답해, 우리나라의 험담 문화가 일상적임을 시사했다.

반면 잘난 사람에 대한 질투를 잘 다스리면 오히려 개인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긍정적인 에너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은행에 근무하는 최소희(34)씨는 같은 부서 동기인 명문대 출신 P씨에 비해 전문대졸이라는 학력 콤플렉스를 느꼈지만 야간대학을 다니며 업무 관련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다.

또 콧대 높은 P씨와 달리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폭넓은 인맥을 쌓은 결과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P씨보다 먼저 승진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최씨는 “열등감에 빠져 감정 낭비를 하기보다 P를 좋은 경쟁 모델로 생각하고 배우려 했다”며 “그 건강한 긴장감 덕분에 P씨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일적으로도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심리학 박사 이민규씨도 저서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를 통해 성공 비결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밥을 사라”고 권유한다.

그는 “시기심도 잘만 극복하면 오히려 성공 인자가 될 수 있다”며 “영국 속담에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말이 있듯 사촌을 대접해 땅을 얻게 된 과정을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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