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기행에는 매년 특별한 손님이 동행하는데, 올해는 이진명 시인과 살림운동가 박재신 선생이 함께했다.

자신을 ‘지리산에서 온 아줌마’라고 소개한 박재신 선생은 함양군의 다문화가정과 함께 자조모임을 만들어 ‘자급자족의 소규모 지역사회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소박한 웃음으로 캠프 참가자들을 3일 내내 따스하게 보살폈던 박 선생은 “함양을 결혼이민 여성들의 쉼터로, 여성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둥지로, 대안학교가 숨 쉬는 곳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1970년 독일에 간호보조원으로 파견된 후 사회학을 공부한 박재신 선생은 특히 ‘여성 지위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베를린 시청 여성연구위원회 여성자문위원, 국립자유대학 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1996년 귀국한 뒤에는 여러 여성학과 평화통일 연구를 이어왔다.

문학상 심사위원 자격으로 해남행에 동참한 이진명 시인은 “20대에 읽었던 여성문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고정희 시인을 기리는 기행에 동행하게 되어, 여성 문학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더욱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후 꾸준히 시를 써온 그는 지난해 네 번째 시집 ‘세워진 사람’을 펴내기도 했다. 시들은 결혼한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시를 쓴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권태와 엄숙함과 비애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한편 이진명 시인은 자신의 시 ‘단 한 사람’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둘러싼 관계망, 환경 등이 결국 모두 ‘나 자신’이라는 주제로 특강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스레인지 위에 눌어붙은 찌개 국물을 자기 일처럼 깨끗이 닦아줄 사람은/ 언제나처럼 단 한 사람/ 어젯날에도 그랬고 내일날에도 역시 그럴/ 너라는 나, 한 사람/ 우리 지구에는 수십 억 인구가 산다는데/ 단 한 사람인 그는/ 그 나는/ 별일까/ 진흙일까.(‘단 한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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