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문학상 수상작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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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신문
  • 승인 2009.06.12 10:43
  • 수정 2009-06-1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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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의 주인공들이 결정됐다. 3일간 해남 곳곳에서 개최된 문학캠프에는 총 43명의 예선 통과자들이 본선대회를 치렀다. 이 중 세 편의 수상작을 통해 펜 끝에서 묻어나온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엿본다.

문화부장관상

강지현 (마산성지여고)



애정과 스킨십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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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왜 누군가에게 나의 손이 닿는 것을 이렇게 꺼려하는 걸까. 결벽증 같은 것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문고리라든지, 더러운 신발장이라든지 하는 것은 잘도 만져대니까. 내가 말하는 누군가는 나와 마주하고 있는, 혹은 36.5℃의, 혹은 그에 ±2℃ 정도의 온기를 가지고 숨결을 가진 동물을 지칭하는 것이다. 몇 달 전의 일만 해도 그렇다.

흔히들 ‘촌’이라고 부르는 고장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연예인이라든지 유명 인사를 목도할 기회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게 웬일, 친구에게 줄 빵을 사려고 들어간 빵집에서 우연하게도 평소에 내가 관심을 가지던 연예인을 만난 것이 아닌가.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해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그를 정신없이 훔쳐보던 나는 그도 적잖이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일이다. 할머니뿐인 빵집이라 알아보는 이가 없겠거니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느닷없이 들어온 여자애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그 타이밍이라면, 사인 요청을 하거나 악수를 하거나 팬의 이름으로 그를 껴안아 본다거나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리하지 않았다. 아니, 그리하지 못했다. 도저히 그 거리를 넘어 손을 뻗을 용기가 내겐 없었다. 무척 좋아하던 연예인이었는데 왜 말 한 마디, 악수 한 번 건네지 못했던 걸까?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 했을 때 파들파들 떨리던 손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그러니까 꺼려졌던 까닭을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친구와 있을 때도 그렇다. 남들은 화장실 갈 때, 매점 갈 때 친구를 끼고 무슨 기쁜 일인지 손까지 부여잡으며 같이 다니지만 나는 한 번도 내 자의로 팔짱을 낀다거나 먼저 손을 잡은 일이 없다.

말은 안 했지만 친구는 내심 그것이 서운했던지 왜 이리 데면데면 대하냐고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더했다. 내가 좋아해 먼저 사귀자고 했으면서 팔짱을 끼지도 껴안지도 않으니 남자친구로서는 섭섭하기도 하고 화증도 났던 모양이다. 결국 며칠 만에 보기 좋게 차여버린 나는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쓰고 울며 생각했다. 어째서 그네들은 스킨십의 부재를 애정의 부재와 연결 짓는 걸까.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남에게 쉽게 손대지 못하지만 충분히 좋아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경남 거제시 동부면에는 두 달 전까지 외할아버지가 살고 계셨다. 그 분께는 내가 첫 외손주였고, 하여 외할아버지는 날 무척 예뻐하셨다. 은근히 간식을 몇 개 더 챙겨 주신다거나 세뱃돈을 얼마 더 얹어 주신다거나 하는 걸로 나에 대한 사랑을 표해주신 외할아버지는 내가 갈 때면 늘 몇 시간이고 내 손을 잡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를 정말로 좋아한다.

허나 이 이름 모를 병증은 손끝에 닿는 할아버지의 주름마저 좋아하게 하지는 못했다. 할아버지의 세월의 흔적, 파식된 갯바위처럼 단단하나 약한 할아버지의 손에서 내 손을 빼낼 때면 항상 당신께서는 서운한 얼굴을 하시곤 했다. 죄스러웠지만 손의 감각은 어찌할 수 없었고, 종내에는 못된 손주인 나는 시선을 회피하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 걸려온 전화는 그 거칠한 손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나 좋았던 4월 하순의 일이었다.

경운기 사고로 미나리꽝에서 경운기와 함께 곤두박질하셨다고 했다. 이모가 울며 내보인,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외할아버지의 퍼런 점퍼에 덕지덕지 묻은 시커먼 썩은 흙이, 드문드문 묻어 있는 피 같은 색 붉은 점들이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내가 그리도 잡기 꺼려하던 세월이 고인 손가락들은 다 으스러졌다고 했다. 비슷한 사고로 절단 수술을 받으셨던 발가락 또한 성치 못해 차마 나에게는 보여줄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이모에게서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 으스러진 주름들이 그러쥐었던 내 손 끝이 서서히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추위에 곱은 것처럼, 얼었다 녹아 푸석해진 연골이 찌그덕대는 것처럼 아프고, 떨렸다. 가슴보다 손가락이 더 아픈 것 같았다. 멍멍한 파열음이 울리는 그 흰색 공간에 남은 건 나와 내 손가락뿐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지금 써내려온 이야기들은 꾸며낸 이야기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겨우 두 달 전 일이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해온 나이지만 이상하게도 할아버지가 하얗고 분분한 가루가 되어 나와 납골함에 오롯이 담겼던 것은 흐릿하고 서늘한, 초점이 없는 사진처럼 머릿속에 박혀 있다.

납골함에 그 분을 넣기 전 나는 부득불 우겨 둥그렇고 윤이 나는 함을 잡아보았다. 십자가와 함께 새겨진 할아버지의 이름. 흘리듯 쓰인 글씨체가 주름 같았다. 나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가만히, 그 차갑고 뜨거운 백자기를 안아 보았다. 손이 떨리지도, 꺼려지지도 않았다.

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내 손에 닿은 이들이 바스러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이는 좋아하는 만큼, 그것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내 손에 들어왔던 동물이나 식물들은 유난히도 잘 버드러졌다. 축 늘어진 그 차가운 육신들을 바라보는 것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덧 그것은 나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드니 눈이 매웠다. 주위에 도열하듯 서 계시는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납골함을 재빨리 넣고 도망치듯 뛰어나오며 나는 내 손으로, 어느덧 다시 떨리기 시작한 손으로 눈시울을 훔쳤다.

결국 나 때문일까. 그것이 트라우마든 사실이든 나는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할아버지 드리겠다고 사온 국화를 손에 쥐고 애처럼 징징대며 한참을 울었는데 눈이 그렇게 간지러울 수가 없었다.

한참 눈을 비비다 고개를 들었는데 때마침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일렁거리는 아지랑이를 타고 천천히 내 앞에서 팔랑대고 있었다. 아전인수랬다고 배추흰나비는 꽃냄새에 이끌린 것이겠지만 나는 흰나비는 죽은 이의 영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때문인지 숨이 잠시 멎을 정도로 무척 놀랐다. 멍하니 흰나비를 바라보다가 그것이 어느덧 내 손 끝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며 나를 어루만지는 할아버지가 생각나 트라우마 같은 것은 잠시 잊은 채로 ‘나비의 스킨십’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나비는 팔랑대고 있지만 그것이 여전히 성히 살아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변한 게 있다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나비의 스킨십이 아직도 손끝에 마법처럼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여성신문상

송혜주 (동명여고)

길 위에서

 

송혜주 학생과 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장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송혜주 학생과 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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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부터 엄마는 노가다를 뛰기 시작했다. 마흔 여성의 아줌마가 유치원 선생으로 남아 있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잘린 엄마는, 그 사실을 꽤나 쉽게 수긍했다. 하지만 아들딸 학원만은 계속 보내야겠다며 수시로 동네의 교차로나 벼룩신문을 뒤적였다. 그리하여 결국 찾아낸 일이란 것이 바로 막부 노가다였다.

엄마는 그 일을 ‘에폭시’라고 불렀다. 에폭시가 뭔데, 하고 묻자 엄마는 어이없게도 페인트칠! 재밌겠지? 라고 대답했다. 페인트칠이라는 육체노동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판에 한 톤 높아진 명랑한 목소리라니. 아빠는 넉살좋은 짱개집 배달원에 엄마는 명랑한 노가다꾼…. 바닥도 이런 바닥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허탈함에 엄마가 받아온 방독 마스크를 쓰고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 웃어버렸다.

엄마는 내 등교 시간과 같이 아침 7시에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에폭시를 하러 갔다. 엄마는 내가 내리는 연신내역보다 두 정거장 먼 지축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나란히 앉아 엄마 종이백 안에 뭐가 들었나 살펴보니 연두색 페인트통과 납작붓, 갈아입을 옷, 간식으로 먹을 삼각김밥과 쌀과자 몇 개가 들어 있었다. 페인트를 왜 엄마가 사가냐고 물으니 원래 처음엔 다 자기 걸로 연습한단다. 그제야 엄마가 월급이 아닌 일당을 받는 노가다꾼이라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옛날 아빠 회사에 가면 빼어나신 외모의 사모님이었고, 유치원에서 연륜 있는 베테랑 교사였던 엄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주름 개선 화장품 하나 못 사 바르는 40대 후반의 아줌마만이 남은 것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리려는데 엄마의 운동화가 보였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신던 것이었다. 아직도 저게 집에 있었나 기억을 더듬으려고 눈썹을 찌푸렸는데, 엄마의 추레한 행색이 눈에 들어와 그냥 눈썹을 찌푸리고만 있었다. 지하철이 자나갈 때까지 엄마와 바이바이를 하는 내내, 아마 계속 그 표정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내 표정을 봤나보다. 점심시간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엄마에게서 멀티메일이 와 있었다. 제목은 ‘이거 봐라~!’ 페인트 붓을 들고 방독마스크를 쓴 채 길 한복판에서 찍은 셀카였다. 내용은,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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