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기부릴레이 3400명 동참 최대 규모"
고사리손 기금 신설·동전 모금함 설치…기부 프로그램 적극 확대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최대의 경제난에 갑작스레 국상까지 겪어 사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139명의 이끔이들이 어려움 속에서 더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기금이 모였습니다. 기부자들이 더욱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말 필요한 곳에 공정하게 나누고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월 한 달간 ‘딸들의 희망’을 키우는 여성희망 모금 캠페인을 이끌어온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정부와 기업에서도 시민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지만 여성단체는 상당수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재단은 올해로 7년째 매년 5월 여성희망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성차별 해소와 평등문화 확산, 여성폭력 예방과 빈곤 해소 등 ‘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단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모금은 우선 선발된 100인의 ‘이끔이’들이 자신은 물론, 매일 한 명씩 31일간 기부자를 추천해 최소 3100명이 기부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139명이 이끔이로 동참해 2일 현재 3401명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모금액도 1억902만7011원에 달한다.

조 이사장은 “5월 한 달 동안만 진행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7년째 한결같이 모금운동에 앞장서준 이끔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여성희망 나눔의 주역이 됨으로써 5월 캠페인을 반짝 이벤트가 아닌 연중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기부자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그룹은 바로 ‘여성가장 SOS팀’이다. 여성재단으로부터 무담보 소액대출을 지원받은 저소득 여성가장 중 무려 235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조 이사장은 “기부는 돈이 많은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들도 기부에 적극 동참했다. 올해 신설된 ‘고사리손 기금’을 통해서다. 여성재단은 18세 이하 청소년의 기부금을 어른들의 기금과 매칭해 2배로 적립하고 있다. 1만원을 기부하면 총 2만원을 기부하는 셈이 된다. 조 이사장은 “일부에선 무슨 어린애 코 묻은 돈까지 내라고 하느냐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기부는 어릴 때부터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기부 방식”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재단에도 청소년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월 초에는 여성재단 인근 상점 40여 곳에 동전 모금함도 설치했다. 한 달에 한 번 수거해 여성희망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규모는 작아도 지속적인 모금활동이 가능하다.

조 이사장은 “기부 생활화를 위한 작은 아이디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모금 방식을 고민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여성재단이 기금을 지원한 여성단체 공모사업을 보면 여성운동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공모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법·제도 개선에 주력했던 여성운동이 인문학, 미디어, 지역공동체 등 일상 문화를 바꿔나가는 생활밀착형 운동으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성운동만의 과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등을 체화할 수 있도록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평등문화 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올해 모금액부터 새로운 여성운동을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이를 위해 단체를 만들려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해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래된 숙제 중 하나인 모금시장의 성차별 문화 바꾸기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조 이사장은 “다른 유사 재단과 비교할 때 모금 성과가 좋은 편은 아니다. 제한된 기금을 누구에게 기부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여성이슈는 배제되고, 더 잘 알려진 재단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여성 기부자들도 같은 여성을 위한 기부는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며 “모금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재단은 올해 1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비전과 미션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10년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이다. 학자와 여성단체 활동가, 전문가 등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는 12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한국여성재단의 역할은 나누는 기쁨을 늘려나가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모아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회, 내가 어려울 때 누군가 도움을 주는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늘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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