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집착의 모성, 그리고 불편한 단죄
광기와 집착의 모성, 그리고 불편한 단죄
  • 여성신문
  • 승인 2009.06.05 11:15
  • 수정 2009-06-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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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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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감독 봉준호의 신작 영화 ‘마더’가 극장가에서 화제다. 개봉 첫 주말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그 기세는 개봉 2주차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일컬어지는 영화 ‘마더’를 다시 한 번 뒤집어 본다.

살인사건을 만나는 것이 몇 년 만인지 헤아리기도 힘든 한적한 소도시에서 여고생이 살해되어 옥상에 내걸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정신능력이 떨어지는 ‘모자란’ 청년 도준(원빈). 전날 밤 여고생의 뒤를 쫓아가긴 했지만 도준은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그의 이름이 쓰인 골프공 하나로 수사는 간단히 종결되고 만다.

여고생이 죽은 이유, 진짜 살인범의 존재, 도준의 정확한 행적 등 많은 의문점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의 진실이 덮일 무렵, 그의 결백을 믿는 유일한 한 사람인 엄마 혜자(김혜자)가 스스로 진범을 찾아 나선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죄를 믿으며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결코 새로울 수 없는 영화의 소재다. 그러나 진범이 누구일까가 중요한 미스터리물도, 엄마의 희생을 그리는 휴먼드라마도 아닌 영화 ‘마더’는 관객의 예상을 넘어서는 낯선 영화다.

영화의 낯섦은 ‘모성’이 가진 기존 관념을 깨뜨린 봉준호 감독의 해석에서 기인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의 소재로 사용되던 이 단어가 어두운 광기와 성적인 히스테리를 포함한 섬뜩한 스릴러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순간 관객들의 낯선 경험은 시작된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에도, 약자의 편에 서야 하는 변호사에게도 외면당한 채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 엄마는 보통 엄마들이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하나씩 시도해나간다. 비오는 날 검은 우비를 둘러쓴 섬뜩한 모습으로 경찰차에 쳐들어가는가 하면 도준의 친구 진태의 방에 숨어들어가 정사 장면을 훔쳐보고 피 묻은 골프채를 훔쳐 내오며 사건의 열쇠를 쥔 고등학생들을 향한 폭력을 의뢰하기도 한다.

‘모성’에 대한 뒤틀어 보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성이 과연 아름답냐, 혹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냐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감독은 그 수단으로 모자관계에 묘한 성적 코드를 삽입한다.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엄마와 잤어”라는 말이 도준의 입을 통해  반복되고 길에서 소변을 보는 아들의 앞모습을 훔쳐보는 엄마의 모습과 익숙한 손놀림으로 엄마의 젖가슴을 찾아 잠이 드는 아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아들은 엄마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라고 상기시킨다.

흔히 ‘어머니’라는 이름과 동일시되는 단어인 ‘모성’. 어머니의 희생과 눈물 또는 숭고함의 상징처럼 떠받들어졌던 전통적인 모성 이데올로기는 물론 뒤집어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남성에게 있어 모성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다. 모성의 본질을 꿰뚫어 보기보다는 모성이라는 이름에서 광기와 집착을 끌어내 극한으로 몰고 가며 마침내 단죄하고 마는 감독의 시도는 이 세상의 어머니들에 대한 질책처럼 느껴진다. 엄마의 히스테리를 표현하기 위해, “엄마가 과연 영화적인 세계 속에서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그래서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더’가 흥미로운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다. 스토리의 구조가 탄탄하고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은 잘 짜인 영화이며 김혜자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시킨다. 다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뒤틀린 모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감독 봉준호, 주연 김혜자·원빈,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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