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헤아릴 때
민심을 헤아릴 때
  • 김효선 / 여성신문 발행인
  • 승인 2009.05.29 12:05
  • 수정 2009-05-29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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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명을 넘어선 추모의 물결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 모습 읽어야
2009년 5월, 신록의 아름다움이 무색하게도 우리 국민들은 또 한 차례 비극적인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갑작스런 비보에 놀라고, 전국을 달군 뜨거운 추모 열기에 다시 한 번 놀랐다. 29일 영결식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흔적을 모아 마음속에서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고 있다. 이 물줄기는 어느 곳에서 물꼬를 틀까?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서민을 위한 권력과 정의를 세우고 싶었던 사람이  고생 끝에 최고의 권좌에 앉았고,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개혁을 시도했다. 훗날 역사의 평가 앞에 자신만만한 개혁가였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최고 권력자들이 걸려들었던 ‘돈’이라는 함정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부인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그 순간 사실상 그의 도덕적 개혁가로서의 정치 생명은 이미 종결지어진 것이었다.

“이쯤에서 검찰의 수사를 멈출 수는 없었을까?” 처음에 그의 뇌물 혐의에 흥분하던 사람들도 마음을 돌려서 그렇게 말한다. “너무 몰아치고 망신 주니 그렇게 된 거 아니겠느냐?”고. 또 “대통령까지 했는데 그 정도 가지고 너무 지나쳤다”고. 이런 정서는 애초에 반감을 일으켰던 ‘생계형 범죄’라는 표현에 무리 없이 공감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들에게 많은 과제를 던진다. 우선 현 정부가 민심의 향방을 읽어내는 일이다. 수백만을 넘어서는 추도의 물결을 보라. 추모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 애통해하는 그 마음을 보라. 노사모들도 깜짝 놀랐다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애틋하고 절절하다. 전경차로 막는다고 해서, 이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이 옳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추도의 물결 속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와 같이 숨쉬고, 우리와 같이 생활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었던 노 전 대통령에게서 민주적인 지도자에 대한 희망을 품었었고, 그 희망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애틋한 염원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슬프고 진지했다. 현 정부는 앞으로 대범하고 자신감 있는 리더십으로 이 민심을 포용하는 국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두 번째는 이제 우리의 정치도 서로 잘 살아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권력을 위해 목숨 걸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그 후에 얻은 것은 바람 앞의 티끌같이 허무한 것이 삶의 이치다. 삶도 죽음도 하나라는 고인의 유언대로, 공격하는 자도, 공격받는 자도, 비상하는 자도 추락하는 자도 돈을 주는 자도 받는 자도 결국 금세 사라지고 만다. 몇 년 후 사람만 바뀐 권력자 비리 혐의 수사 뉴스를 더 이상 접하지 않게 해주길 당부한다. 현직의 지도자는 신뢰받고 퇴임한 지도자는 존경받는 상생의 행복을 보고 싶다. 

또 한 가지 권력 앞에서 스러지는 가족의 모습도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지도자들이 가족의 비리 연루로 상처를 입었다. 배우자도 가족도 모두 공인의식을 공유했으면 한다. 가족 사랑이 비리 연루로 연결되는 비극은 이제 그만 끝내자.

우울한 5월의 문을 닫으며 다시 희망을 품는다. 다음 5월에는 상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새로운 물줄기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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