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으로 여성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정부 존재 이유‘여성차별 철폐’꼽아
‘하늘의 절반’ 읽고 여성·육아 문제 눈 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많은 발언을 통해 그의 여성관과 여성정책의 지향점을 제시했었다. 그의 가장 최근 여성 관련 공식 발언은 지난해 3월 13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07년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여성·아동·청소년 정책’ 자리에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만약 다음 정권이 지금의 여성정책을 구조조정 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여성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며 일종의 ‘경고성 발언’을 했다.

또 임기를 몇 개월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각료를 더 많이 뽑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국민이 관리 가능한 정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여성가족청소년부’ 통합 의지를 피력하며 “정부부처 가운데 발언권은 최상인 반면, 권한은 높지 않다”며 “대통령이 밀어주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두 부처가 힘을 가진 조직이 되려면 앞으로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임기 중에는 여성 관련 공식 행사장에서 기념사 등을 통해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 풍토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으로 남아있다. 여성이 마음 놓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자녀 보육 문제는 시급히 해결하겠다” 등의 발언들이 주를 이뤘다.

그는 2003년 1월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 사회’를 주제로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여성차별 등 5대 차별문제가 더불어 살아갈 사회의 기본조건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5대 차별을 없애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향점은 대통령이 되기 직전 대선 후보 시절 발언 등을 통해 여성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됐다. 2002년 당시 그는 범여성계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아이를 마음 놓고 낳으십시오. 노무현이 키워드리겠습니다”로 보육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그는 여성계 패널들이 ‘대선 후보로서 어떤 정책을 고민했나’란 질문에 대해 “딸이 자라서 취직도 하고 애인도 사귀었다. 그런데 벌써 육아문제를 걱정한다. 아내가 맡아 키울 수 없고 일을 하면서 딸이 키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으로 육아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여성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개인적 발언에서도 여성에 대한 평등한 관점을 곳곳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02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감성적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논리적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 권 여사와 어색한 모습을 보이자 인터뷰어가 “평소 애정표현이 서툰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는 아닌 모양”이라고 짓궂은 농담을 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노 후보는 “80년대 사회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운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여성과 육아의 사회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결정적인 계기는 주위 젊은이들이 권해준 ‘하늘의 절반’(클로디 브로이엘, 동녘)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 때에도 “전 차별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생태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제게는 위계질서의 파괴라든지 엘리트주의에 대한 거부라든지 독특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여성의 편에 설 수밖에 없게 돼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본인의 여성관에 대해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여성을 금방 끌리도록 할 수 있다. 시를 좋아한다. 아내와 연애를 할 때 읽어준 시도 있다. 그래서 아내가 다가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