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부터 주민 의사 반영된 ‘미도리마치단지’
45년간 공사 백년대계 내다본 ‘미라토미라이’
우리보다 오랜 지방자치 역사를 가진 일본은 어떠할까. 오산시는 2655㎢를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하고 세교지구 택지 개발도 진행 중이어서 일본의 도시재생 정책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연수단의 첫 방문지 도쿄도 무사시노시의 ‘미도리마치단지’는 1980년대 사례인데도 불구하고 뉴타운 사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었다. ‘미도리마치단지’는 우리의 재건축에 가깝다.
1986년 임대주택의 재건축 사업에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 재건축 계획을 내서 그들의 삶에 필요한 주거공간을 직접 만들어 지난 2002년 완성된 단지다. 1200가구라는 큰 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고층을 계획한 공급자 안에 반대해 주민들이 층고를 낮추고 녹지공간을 최대한 늘렸다.
‘미도리마치단지’의 새 이름 ‘미도리마치 파크타운’의 자치회 홈페이지에는 “크게 자란 느티나무와 벚꽃 등은 전신인 미도리마치단지에서 계승한 보물”이라며 “현관 입구 아이들의 그림 타일, 샛길, 수목 하나하나에도 우리의 소원이 담겨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 참여로 만든 단지이기에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그린그래스’가 열린다. 커피와 손수 만든 케이크로 서로 대화하고 때론 미니 콘서트와 벼룩시장도 연다.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우리네 시 행사의 상업적 논리와는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누굴 위한 재건축인가를 그들은 제대로 알고 있었다.
연수단 마지막 방문 도시 요코하마는 이보다 큰 의미의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미라토미라이21’은 도심 근처 항만 시설을 이전하고 이분화된 도심부를 일체화한 대규모 사업이다.
낙후된 항만도시를 재생하면서 부두의 오래된 창고와 항만 등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쇼핑과 문화 공간, 공원녹지로 조성해 미래형 도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365만 명 인구의 요코하마에 연간 500만 명 관광객은 화려하게 단장된 ‘미라토미라이21’의 사업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이 사업을 1965년에 구상해 1983년 착공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완공 시점이 2010년이라는 것은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우린 과연 요코하마처럼 하나의 사업에 45년이라는 기간을 쏟아 부을 수 있을까. 고밀도 베드타운이 아닌 시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살린 뉴타운은 이처럼 신중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저 그런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콘크리트에 시민들을 가둬놓는 것이 아닌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 설계도면에 또렷이 그려져야 한다.
오산시의 뉴타운과 세교지구 사업을 바라보며 ‘미라토미라이21’의 고민과 미도리마치단지의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주민과 시민단체, 시와 의회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정말 살고 싶은 오산을 건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