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등교육에 일대 혁명이 감지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중·고교 600여 곳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교과교실제’ 때문이다. 교과부는 오는 7월까지 교과교실제 도입을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할 방침이다.

‘교과교실제’란 과목별로 교실을 지정하고, 학생들은 시간마다 교실을 옮겨 다니면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학생은 교실에 있고 교사가 매시간 교실을 이동하던 현행 방식과는 정반대로 수업이 진행되는 셈이다. 또한 학생들의 시간표도 대학교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게 편성할 수 있다. 물론 과목별로 지정된 수업시수는 준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과교실제를 상설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서울 한가람고등학교와 공항중학교 등이다. 교실에는 담당 교사의 과목과 이름, 사진이 붙어있다. 학생들의 수업시간표가 모두 다르다보니 친구끼리 하교 시간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고, 부진한 과목에 대한 심층적 질문을 하기 위해 해당 교실로 찾아가는 일도 자주 생긴다. 모든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오전 8시까지 정해진 교실로 등교를 하지만, 조례를 마친 뒤에는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전형적인 미국식 수업 형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귀찮은 단점은 있지만 나쁘진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가람고 3학년 신은샘(18)양은 “학생들이 이동하는 동안 선생님이 수업을 미리 준비하셔서 수업 내용이 더 빨라지고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교과교실제 도입을 둘러싼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신선한 교실 혁명이 될 것”이라는 찬성 의견과 “우리나라 교육 풍토와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 교사들의 과목별 심층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과목별로 교실이 따로 운영이 되다보니 일반 교실에서도 각 과목의 특성에 맞게끔 교사의 재량으로 교실을 재구성할 수 있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학생들의 대인관계나 학사 관리 측면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학급 개념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소속의식이 줄어들고, 왕따 현상 등이 일어날 경우 대처할 만한 담당교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교과교실제 반대의 주된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교과교실제’가 새로운 교실혁명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전통적 교실문화를 붕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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