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謹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5월 23일 오전 9시쯤. 노 전 대통령이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고 적힌 유서를 남기고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누리꾼들 사이에 애도와 추모의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각 포털사이트들도 서둘러 메인 화면의 상단을 검은색으로 처리하고, 국화꽃을 놓음으로써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했다. 또 추모 게시판을 만들고 국내외에 설치된 분향소 위치를 서비스했다.

인터넷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노래, 동영상 등이 앞 다투어 올라왔다. 추모곡으로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와 서거 이후 만들어진 ‘얼마나 힘들었으면’ ‘We believe’ ‘봉화산 부엉이’ ‘노란 사람’ ‘님이여, 편히 잠드소서’ 등이 퍼져 나갔고, 고인의 독도 및 청문회 관련 동영상이 수많은 누리꾼들에 의해 재검색됐다. 또 2004년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 위문 당시 고인의 눈물을 소재로 한 웹툰 등 수십 개의 추모 웹툰이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보수와 진보 논객 간에 날선 맞대응이 오갔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돕고 있는 고인의 지지자들이 몇몇 정치인의 조문을 거부하고, 또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을 훼손하면서다.

홈페이지에 “노무현씨는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썼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글이 다시 꺼내지고, “운명을 다한 노사모들이 시체를 가지고 유세를 부리며 행패”라고 말한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의 말이 누리꾼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고인의 자살을 두고 “자신의 측근을 살리기 위해 장렬히 몸을 던지는 조폭의 보스나 다름없다. 장례식에 나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니 그들의 돈으로 장례를 치르라”고 말한 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존경하는 이의 죽음이 아니기 때문에 ‘서거’라고 하지 말고 ‘자살’이라고 하라”고 말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의 말에도 불이 붙었다. 이에 김용민 한양대 교수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 존엄하게 예우 받는 대통령이 될지 의문”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한 쓴소리가 화제가 됐고, 또 인터넷 방송 사이트 ‘와이텐뉴스’의 전유경 앵커도 변희재 대표를 지칭해 “말 그대로 웬 ‘듣보잡’이 관심 받고 싶어 이때다 하고 튀어나온 것일까요”라고 말해 상대방으로부터 “일대일로 맞붙자”는 도전장을 받기도 했다.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관리들은 노무현을 본받아라”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 중국 누리꾼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중국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부패 현상에 대해 말하고 싶으나 감히 말을 하지 못한다’는 뜻의 “나는 보기만 할 뿐, 감히 말할 수 없구나(我只看 不敢)”를 올리기도 했다.

미국 야후 게시판에는 “놀랍다, 진정 양심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니” “그 정도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이 자살해야 한다면 전 세계에 정치인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국민은 행복한 국민이다. 그동안 양심이 있으며, 국민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지도자의 통치를 받았기 때문이다”와 같은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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