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해임 교사 등 참여… 자선바자회 등으로 자기 치유

"스산한 불빛들로 가득한/ 가리봉동의 밤거리를 걸으며/ 동행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음산한 어둠으로 가득한/ 구로동의 골목길을 더듬으며/ 저무는 우리 삶 어깨동무해 주는/ 동행의 기쁜 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더러움 다 걸러내고/ 푸른 해일 일으키며 달려오는 곳에서/ 깊은 바다 이끌며 돌아오는 포구에서/ 동행의 벅찬 힘 생각했습니다/ 동행의 소중함 생각했습니다."

페미니스트 시인 고 고정희 시인은 ‘동행’에 대해 이렇게 읊었다. 함께 걸을 수 있는 동지를 만나는 일은 지금의 20대, 특히 여성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일이다. 분노를 하려고 해도 함께 눈물 흘리며 화낼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그 분노마저 외로운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만난 여성들이 있다. 자칭 ‘피눈물도넛자매연대’라 부르는 이들은 도넛처럼 가슴에 구멍 하나씩 뚫린 여성들이 모여 붙여진 이름이다.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투쟁 현장에 늘 달려가는 김현진 작가, 프리랜서 알바 7년차인 루미,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경란과 신영,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통보 받은 최혜원 교사 등이 함께하고 있다. 

카페에서 낮술을 마시다가 만나기도 했고, 서로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다 친분이 쌓이기도 했고, 집회 현장에서 발언을 하다가 인연이 닿기도 했다. 모이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연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경란씨는 “사회생활 하면서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의 정치적인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게 되는데, 이런 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소중한 모임”이라며 “서로 이해받으며 웃고 떠드는 것이 치유의 한 과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주말 홍대 인근 카페 ‘디디다’에서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 1지회장 유가족 후원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그동안 정성스레 모은 책과 CD를 내놓은 사람, 이거라도 써달라며 문화상품권에 영화표 몇 장 기부한 사람 등 많은 이들이 함께해 80여 만원을 모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김현진 작가는 “우리는 투쟁이니 계급이니 열사니 하는 단어는 잘 몰라도, 서로 가엽게 여기는 마음으로 함께했다”며 “대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어떤 지식인들을 알지만, 그러나 나는 그들이 믿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그 대중의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운 어떤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나서는 큰 충격에 빠져 있다가 지난 5월 26일, 약속하지 않아도 늘 만나는 카페에서 모였다. ‘원망하지 말고, 슬퍼하지 마라’는 유언에 따를 수 없다며 비통해했다. 이들은 “애증감정을 가지고 있던 한 사람을 잃은 것이 너무나 속상하다. 어쩌면 말이 통할 수 있는 아저씨를 잃고 고아가 된 기분이다. 이제 우리에게 아저씨는 없을 것 같다”며 한 의견을 냈다.

‘피눈물도넛자매연대’는 오늘도 함께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랑해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하는 몫을 찾기 위해. 질 줄 알면서 싸우고, 보답 받지 못할 사랑도 기어이 할 수 있는 세상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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