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영 걸’20대가 말하는 MB시대에 살아남는 법
안개와 싸워야 해서 헛발질만 하다가 제풀에 넘어지는 세대, 그래서 김현진 작가는 ‘썼다’. 세상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졌고 모든 것에 패배했었다고 고백하지만 인생이 고통스러워도 살아야 한다고 ‘썼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씩씩하게 살아남는 거라고, 그러니 함께 살아남자고 말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신간 ‘그래도 언니는 간다’(개마고원)를 통해 ‘가자’고 한다. 고단한 언니들, 피곤한 오빠들, 속상한 동생들 모두 살고는 봐야 될 것이니 어디든 가자고 말이다.
“얘들아, 이러다 우리 다 죽겠다. 우리 다 죽기 전에 같이 놀고 같이 화내고 같이 가자. 그래도 가자. 어디든 가자. 화내러 가고 따지러 가고 살려내라고 하러 가자. 그러니 주저앉지 마라, 동지들이여. 386이 꿰차고 실컷 향유했던 대의명분도 없이 등록금과 취직시험 때문에 우는, 구차한 피눈물의 형제자매들이여, 단 하루를 살아도 사는 듯이 살자….(‘들어가며’ 중)”
병원에서 경고조치를 받을 정도로 단식까지 감행했던 그의 진솔한 칼럼들과 함께 영화, 드라마에 관해 쓴 에세이도 실려 있다. 글 속에는 20대, 여성, 비정규직, 재개발 지역 세입자, 고학생 등 다양한 저자의 정체성이 놓여 있다.
“요즘 세상 살아가는 것이 힘들긴 힘들구나 하고 느낀 것은, 어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 같은 인간까지 ‘좌파’로 불리는 세상이 와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울고 화내고 하는 것이 내가 한 일이고 할 일이라고 썼지만, 나는 좌가 뭔지 우가 뭔지도 알 수 없고 계급투쟁이 뭔지도 모른다. 그냥 지금의 세상은 있는 놈 편, 없는 놈 편으로 갈리는구나, 하고 느끼기만 한다….(‘나가며’ 중)”
온몸으로 MB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김현진 에세이스트의 경쾌하고도 가슴 찡한 글들을 읽어 내려가며, 부디 이 언니가 건네는 용기를 얻게 되기를.
한겨레, 시사IN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는 김현진은 지금까지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등을 펴냈다. 채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