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니를 찾아서’
‘다문화 사회’ 주제 휴먼 코미디로 녹여내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는 탈북자와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의 우연한 만남과 여행을 그린 ‘처음 만난 사람들’, 태권도 사범과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의 우정을 다룬 ‘로니를 찾아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한국 여고생의 우정과 로맨스를 그린 ‘반두비’ 등 세 편. 그 중에서 ‘유준상’이라는 인기 배우를 기용하고 코믹한 유머가 전편에 흐르는 영화 ‘로니를 찾아서’는 관객에게 가장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영화다.
‘로니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이주노동자가 많기로 유명한 안산의 변두리 동네에서 작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인호(유준상). 특별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아가던 인호의 삶은 어느 날 방글라데시 출신의 두 청년, 로니와 뚜힌을 만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태권도 사범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을의 주민방범대장이 된 인호는 어느 날 전철역 앞에서 이주노동자 로니의 좌판을 뒤엎고 만다. 며칠 후 태권도장에서 열린 태권도 시범에서 갑작스런 로니의 대련 신청을 받은 인호는 로니의 주먹 한 방에 기절하고, 이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그의 삶은 급속도로 추락한다.
하루아침에 패배감을 맞본 인호는 그 원인을 로니의 탓으로 돌리고 복수심에 불타 그를 찾아 나선다. 이런 그의 앞에 나타난 인물이 로니의 친구인 뚜힌. 로니라는 매개체로 두 사람의 뜻하지 않은 동행이 시작되고 서로 밀고 당기는 싸움 속에서 묘한 우정이 싹튼다.
“그놈들 들어오면서 동네 이미지가 나빠졌어.”
“어제 딸내미가 밤중에 길을 가다가 그놈들을 만났다지 뭐야.”
‘로니를 찾아서’에는 아직 다문화 사회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마을 사람들은 단지 이주민 노동자들의 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방범대를 급하게 조직한다. 피부색이 조금 다를 뿐인 그들은 같은 가게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객의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큰 부상을 입어도 병원에서 거부당하고 만다. 다른 곳에서 큰소리치지 못하는 소시민들은 “너 불법 체류자지?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해버린다”라는 한 마디로 그들보다 우위에 서 있음을 확인하려 한다.
그리는 주제는 진지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주민 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인권이나 차별 등에 대한 목소리를 전면에 등장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두 사람이 함께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발견하고 자신들이 지금까지 이주민에 대해 갖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한국 노래를 매일같이 흥얼거리는 뚜힌, 남에게 두들겨 맞자 자기도 모르는 새에 ‘씨×’이라는 한국어 욕이 튀어나와 버리는 그들은 어느새 우리 곁에 가까운 곳에 자리하는 ‘이웃’이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미안해’, 그 한마디를 못해?”라는 뚜힌의 말이 귓가에 남는다.
영화 한 편으로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영화를 볼 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실생활 속에서 그들과 직접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의 소통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인호처럼 관객들도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영화는 매력적인 성장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심상국, 주연 유준상, 15세 관람가, 6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