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영향력을 타개하려는 글로벌 녹색뉴딜 정책이 세계적으로 수백만 개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일자리가 성평등 증진에도 기회가 될 것인가?

이는 지난 1월 국제노동기구(ILO)가 ‘괜찮은 일자리’와 관련하여 ‘녹색 일자리와 성평등 이슈’를 다루는 소책자를 발간하며 제기한 문제다. “녹색 일자리의 핵심에 있는 성평등 이슈”가 제대로 풀려야 “2015년까지 모든 이들에게 ‘완전하고 생산적인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를 갖게 한다”는 유엔의 새천년발전목표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ILO의 이러한 입장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여성들의 요구를 일절 언급하지 않던 기존의 국제협약이나 환경회의 결의문의 관행을 깬 것이어서 일단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다룬 젠더이슈가 ‘녹색 일자리’와 관련한 것이라는 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최근 글로벌화된 ‘녹색뉴딜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 여성운동의 경우를 봐도, 녹색 일자리에 대한 성평등 이슈가 녹색성장과 관련한 정부와의 협상에서 최우선적인 초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4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힐다 솔리스 노동부 장관, 백악관 ‘환경의 질 위원회’ 낸시 서틀리 의장, 민간단체인 여성정책연구소, ‘여성들을 위한 폭넓은 기회’ 대표들의 라운드테이블 회동은 녹색 일자리가 여성에게 주는 기회와 정책적 함의를 알 수 있는 한 계기로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날 회동에서 여성 대표들은 녹색 일자리가 여성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여성들의 빈곤 탈출과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교육, 교통편의, 아동 돌봄, 멘토링 서비스와 의사결정 구조 참여 등이 이들이 전달한 여성들의 일반적인 요구사항이었다.

한편 대다수의 녹색 일자리가 건설 분야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점과 관련하여, 현재 6.9%로 설정된 비전통적 분야에서의 여성고용 목표를 25%로 높이고, 이 분야의 신규 일자리가 여성들에게 ‘비전통적’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경제위기 앞에서 여성들이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정부와 협상해야 할 이슈와 내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녹색성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어떠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 30일 열린 여성부의 ‘여성이 그린 세상, G-Korea’ 행사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의 주요정책에 대해 어떠한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정책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을 착잡하게 했다. 슬로건은 그럴 듯 했는지 모르나, 실상은 수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여되는 녹색성장 정책과 관련하여 어떠한 성평등 어젠다도 뚜렷이 제기하지 못한 행사였다.

여성부가 진정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과 성평등 실현의 국정과제를 위임받은 정부 부처라면 녹색성장정책이 여성들에게 주는 기회와 도전을 보다 진지하게 분석하고, 소외된 여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협상과 조정능력을 발휘해 녹색성장정책의 내실화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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