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정부도 두 번 버린 조손 가정 아이들
부모도 정부도 두 번 버린 조손 가정 아이들
  • 김은성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5.22 11:53
  • 수정 2009-05-22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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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파악 제대로 안 돼 지원제도 ‘맹점’ 드러내
정부지원 대상 11% 그쳐…조모 양육이 64.5%
연남동 반지하방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미정(8·가명)이의 유일한 낙은 방 안에서 할머니 휴대전화에 내장된 게임을 하며 심심함을 달래는 것이다.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온 미정이를 반기는 것은 누워 계시는 할머니와 TV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봄 자궁을 드러낸 후 약물치료를 받는 김현미(74·가명)씨는 자신의 몸조차도 추스르기가 벅차 잘 먹이지도 가르치지도 못하는 미정이를 보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싶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김씨의 한 달 수입은 정부지원금 33만원과 폐휴지를 팔아 모으는 15만원 안팎이 전부다. 그러나 자궁 수술 후에는 폐휴지를 줍는 것조차 힘들어 돈벌이가 끊겼다. 정부지원금으로는 월세 20만원과 가스비 등의 세금을 내기에도 빠듯하다. 하지만 미정이는 호적에 등록된 아버지로 인해 조손가족 아이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작 미정이의 아버지는 자신이 진 빚을 갚느라 가끔 인형을 사주는 것 외에 ‘경제적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한다. 김씨는 한창 키가 크느라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미정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할 뿐이다.   미정이와 김씨 같은 조손가정이 꾸준히 증가하는 데 반해, 이를 지원하는 사회적 제도는 허술해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 사이 조손가정의 가구 수가 4만8000 가구에서 6만4000가구로 계속 증가했다.

하지만 조손가정은 한부모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처럼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못하고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그 문제가 더 곪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07년 여성부가 무작위로 추출한 6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부모의 47.6%가 7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

특히 조부의 경우 배우자 없이 혼자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는 19.6%인 반면 조모의 경우는 64.5%에 달해 손자녀 양육이 주로 조모에게 전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손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70만원 수준이며 최종학력은 국졸 이하인 경우가 79.5%로 가장 많았다.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주 이유는 이혼 등 가족 해체가 45%로 가장 많은 가운데 53%의 조부모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조손가정 가운데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가정위탁부모로 지정될 경우에만 양육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중앙가정위탁센터의 2008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조손가정 비율은 약 11%에 불과하다. 나머지 89%는 서류상 아이들의 부모가 경제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실태 파악조차도 되지 않았다.

이런데도 정부는 조손가족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지원체계 없이 제각각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한부모가족지원법, 양육보조금지원제도 등을 통해 일부 생활비를 조부모에게 지원한다.

이 같은 법의 맹점으로 미정이의 경우처럼 서류상 아이의 친부모가 경제력 있는 부양의무자로 기록돼 있거나, 친부모의 가출 및 실직, 사망 등 입증이 되지 않을 경우 조부모가 양육할지라도 쉽게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와 관련, 최은희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은 “조손가정은 사회문제로 얘기되지 않아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 차원의 큰 틀로 아동복지와 노인복지 등을 수렴해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조손가정 전체에 대해 종합적인 실태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노인복지와 아동복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한 가지 복안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씀 드릴 게 없다. 하지만 대안 마련을 위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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