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든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다른 묘미
낯선 사람·지역·문화 친숙해지는 지혜 제시
최근 서점가에는 특별한 장소와 특별한 사람과의 여행을 테마로 한 여행 관련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유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겠지만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나올 만큼 우리의 여행 문화도 꽤 성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여행의 테마는 다양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함께 떠나는 유럽에서의 자동차 여행, 딸과 함께 떠나는 답사 여행,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산책처럼 즐기는 제주 여행, 혼자 떠나는 도보여행 등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이야깃거리도 각양각색이다.
또 어디를 얼마 동안 다녀왔는가도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한 지역을 몇 년에 걸쳐 횡단하며 떠오른 단상을 기록하거나 아니면 특정 지역에서 하루를 체험하며 느낀 소감과 현지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 한 장 등 여행을 추억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첫 번째로 소개할 책 ‘처음 만난 다섯 남녀가 유럽에 갔다’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다섯 남녀의 자동차 유럽 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여행의 즐거움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다.
인터넷 유럽여행 카페에서 뜻을 같이하고 공항에서, 여행지에서 각각 합류한 3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이 경험한 37일간의 좌충우돌 여행기. 서로 다른 환경, 성격, 이상을 가진 다섯 명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고 그것을 실천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인연은 이미 여행 전부터 정해진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들은 여행에 있어 필요한 것은 “그저 온갖 핑계와 구실을 만들며 현실에 안주하고 망설이는 것에서 벗어나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용기와 의지”라고 입을 모은다.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은 건축평론가 이용재씨와 그의 딸 화영씨의 이야기다. 이용재씨는 딸에게 일찍이 인문학 공부를 시키겠다는 한 가지 생각으로 2002년 택시기사를 하면서 건축여행을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답사를 한 것이 현재 400회에 이른다.
이들 부녀는 이미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딸과 함께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 등 전작들을 펴낸 이력도 있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소통한다. 딸은 “아빠에게 무엇을 배웠나”라는 질문에 “마음으로 느끼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가르침이다.
‘그녀와 산책하는 낭만 제주’는 잡지사 기자였던 저자 임우석씨가 지금은 아내인, 그리고 과거엔 연인이었던 푸드스타일리스트 겸 파티플래너인 박재은씨와 함께 3년 여 동안 제주 곳곳을 여행하며 찾아낸 숨은 비경과 산책로 그리고 달콤한 여행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저자는 “연인과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게 한다”며 “여행 겸 데이트 하기에 딱 좋은 여행지로 제주만한 곳도 없다”며 여행의 매력을 강조했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이국적인 여행지의 풍경사진 속에 간간이 나타나는 연인의 뒷모습에서 그의 사랑과 여행에 대한 소소한 개인적 주관이 잘 드러난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어떤 지역에서 얼마 동안 머물렀는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여행의 기간과 장소는 여행의 목적과 지향점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하나뿐인 하루들’은 저자 박정호씨가 중국 베이징부터 네팔의 라다크와 인도의 델리, 태국의 치앙마이 등지를 다니며 사진과 글로 기록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담겨 있다. 박씨는 ‘도전 지구탐험대’ ‘TV로 보는 세상’ ‘요리보고 세계보고’ 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프로듀서 출신이다. 특히 그의 글과 사진은 여행 동호회 ‘5불 생활자’ 등 각종 여행 커뮤니티에서 수작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저자는 “쉬엄쉬엄 가되 멈추지 않는 생각이 길이고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는 ‘길을 왜 떠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길 위에서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행복’이 그의 여행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몽골 바람에서 길을 찾다’는 저자 한성호씨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7년간 몽골에 머물며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밤이 되면 영하 50~60℃까지 떨어지는 살인적 추위를 견뎌내고 비가 내리기 전 비의 냄새를 맡고 바람의 기척을 느끼는 유목민들의 야생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유목민의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해답을 찾는 등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여행의 의미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