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신임 원장

이화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신임 원장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매매와 달리 성폭력과 가정폭력 분야는 허브 역할을 하는 중앙지원시스템이 전무했다”며 “기본 업무인 성매매 정책을 보다 확대·강화하는 동시에 외연 확대로 여성 인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8일 개원식을 치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가 예산 약 10억원이 투입돼 출범한 여성부 산하의 재단법인이다. 성매매 방지 대책 연구,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성매매 방지시설의 전국 연결망 구축 등 성매매 방지와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맡게 된다.

이 원장은 “전신인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종이학)가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성과를 내줬기 때문에 재단 전환에 따른 정체성 찾기와 방향 모색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기존 성매매 현장단체에 대한 인력과 예산 등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여성 폭력 관련 기관의 네트워킹을 더욱 튼튼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장 상담센터와 보호시설, 자활기관, 경찰,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을 지역별·영역별로 나눠 더 많이, 더 자주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여성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단체와의 적극적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많이 만나고, 현장의 목소리를 열린 마음으로 듣고,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다면 업무에 적극 반영해 나감으로써 실질적이고 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현장 활동가들이 소진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강구해나갈 생각이다. 그는 “비록 성매매 현장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여성단체와 정치권에서의 활동, 최근 8년간의 교수 생활 등 여성정책 전반을 다뤄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겠다”고 자신했다.

국제 연대도 이 원장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이 원장은 “세계화와 함께 성매매도 국제적인 비즈니스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국제 연대 활동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선 여성의 빈곤과 인권이 가장 취약한 아시아 국가와의 연대와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하고 주도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문화 사회를 대비한 여성 인권의 새로운 개념도 모색할 예정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민 여성, 외국인 여성, 탈북자 등 여성 소외계층의 인권문제 해결에도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이 원장은 “여성 인권의 외연 확대와 통합을 위해서는 개별화된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정책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1년간 연구 활동을 통해 이들을 하나로 묶는 틀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