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인지적 관점 깊게 논의되길
녹색성장 기치 아래 이익 극대화하려는 발상 버려야

티베트 고원 히말라야 산맥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메콩강은 억겁의 역사를 통해 수억만의 다양한 생명 종들을 먹여살려온 총 길이 4180㎞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거대한 생명의 젖줄이다.

메콩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받은 지혜를 살려 우기와 건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지형을 이용해 가면서 낚시하고 농사 지으면서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아왔다. 이들은 중국, 라오스,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 국적을 가진 주민들이다.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는 중국을 제외한 이 모든 나라들의 정치적 수반들이 참가한다. 이들과 함께 우리 정부가 논의할 의제 중에는 녹색성장도 포함될 것이고 성별 인지적 관점도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차제에 우리가 심도 있게 짚고 가야 할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며칠 전 기사를 보니 코트라(KOTRA)가 ‘메콩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 수주조사단’을 파견, 동남아시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프로젝트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한다. 메콩강개발사업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주도로 1992년 시작됐으며, 최근 십수 년 동안 주변 산업 국가들은 메콩강 댐 건설 프로젝트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향후 댐 건설 프로젝트를 확장하려는 계획은 현재 막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그 저항 세력을 이루는 주민들과 단체들은 댐 건설 계획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국적 건설업체들이 개발 기금을 수주하기 위해 부패한 정부와 결탁한 결과라고 믿고 있다.

이들은 인근 지역의 댐 건설 때문에 마을이 수몰되거나 지역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이 지역에만 생존하고 있는 자이언트 캣피시나 코끼리종에 속한 희귀생물종들의 멸종뿐만 아니라 어업, 농업 등 그들의 전통적 생계 기반을 무너뜨리고 오랜 세월 세대를 거쳐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축출당하면서 더욱 심화된 가난과 고통을 생생하게 겪고 있다.  

이와 같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생태적 삶을 사는 주민들의 삶의 기반을 개발이란 이름으로 무너뜨리는 일은 비단 이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등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개발 담론이 갖고 있는 근본적 개념적 오류에 기인한다. 나름대로 전통적 방식대로 생태질서에 조응하여 잘 살아오던 이들을 “하루 소득 1달러 미만”이라는 기준을 삼아 ‘가난’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원조와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개발 담론은 사실상 이들에게 서구 선진국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가장 바람직한, 혹은 유일한 발전의 모델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걸어온 특정한 역사적 여정, 한국의 전통 문화가 배태해온 평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하여 제시하는 개발 담론은 이런 주류 담론을 근본적으로 회의함으로써 보다 나은 개발 원조의 기틀과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모하는 기계와 테크놀로지를 판매하여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발상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생태적 삶을 살아온 이들의 토착적 녹색 삶에서 지혜를 배우고 그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과 겸손함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부장을 중심으로 주도해온 틀을 낯설게 하면서 전통적 생태 지혜 전수자들인 여성들의 경험에서 보다 창의적인 배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원조의 이름으로 오염과 자연파괴를 조장한 후에 그린성장이라는 새로운 패키지를 상품화하는 역사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생명 존중 가치를 지향하며 더불어 사는 삶,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고민하는 한·아세안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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