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4월 28일 21호>

‘주부 가사노동가치’ 이슈화
남편의 ‘직업과 결혼한’ 아내들의 3중고

 

“아내는 무보수 가정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획진단(1989.4.28. 21호) 기사는 주부를 ‘집사람’ ‘노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당시 기사는 비서·파출부·하녀 역할로 숨 쉴 틈 없는 정치가의 아내, 교회 청소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목사의 아내, 환자 진료만 빼고 병원의 모든 일을 다 처리해야 하는 의사의 아내 등 소위 ‘성공한 남편’ 뒤에서 실질적인 희생과 봉사로 내조하는 아내들, 그리고 영세 자영업, 예술계와 운동권 사회에서의 아내들의 삶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지적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내는 남편의 그림자이자 보조자”란 인식이 팽배해 있고, 이는 자녀들의 의식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것.

여성신문은 “여성들이 남편의 직업과 관련된 노동에 동원되는 현상은 결혼관계에 내재한 노동 교환의 한 측면으로 새롭게 분석돼야 한다”는 여성학계의 주장을 대변한다. 이에 따라 경제적 평가도 전무하고 자기계발과도 무관하지만 사회의 한 축을 돌아가게 하는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 통념을 바꾸고 공정한 경제적 평가를 내려야 할 때라고 선언한다.

여성신문이 시작한 주부 가사노동가치 산정 주장은 지속적으로 이슈화돼 2001년 9월 통계청이 통계의 날을 맞아 ‘돈’으로 환산하기에 이른다. 그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월 가치는 최고 153만원, 국가적으로 연간 가치는 138조원에서 230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28.2~47.8%를 차지한다는 것. 여성신문 초대 발행인으로 17대 국회에 진출한 이계경 전 의원은 2005년 5월 이와 관련해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해 연말 소득공제에 반영하자는 것.

이 같은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 산정 시도는 향후 사고 시 보험료 산정부터 이혼 시 재산분할, 부부 간 상속증여세 산정, 국민연금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꾼 여성사건 101가지, 여성신문사 발행]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