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는 탁상행정…애 낳지 말라고?"
노동부 "중장기 계획일 뿐…딜레마 검토"

중소기업에 다녔던 고미숙(33)씨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그러나 복귀 후에는 계약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한다. 고씨는 임신 후 퇴출 압력에 시달리다가 회사와 이같이 합의해 육아휴직 급여 월 50만원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나마 나오던 육아휴직 급여도 일부를 받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정부가 지난 8일 여성일자리 대책으로 발표한 중장기 계획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출산여성고용촉진장려금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여성일자리 마련 대책을 발표했다.

엄마채용장려금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임신, 출산, 육아로 실업 상태에 있는 여성을 채용하는 기업에 국가가 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 마련안에 따르면, 출산 여성 신규고용 촉진 장려금 지원요건이 ‘실업상태 3개월’에서 ‘1개월’로 확대된다. 또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에도 비정규직 여성을 계속 고용할 경우 지원하는 장려금을 ‘임신 16주 이후’에서 ‘임신상태’로 완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여성들의 직장 복귀 촉진을 위한 명목으로 육아휴직 기간 중 지급되던 육아휴직급여를 직장복귀 후에 일부 지급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현재 육아휴직급여는 매달 50만원씩 12개월 동안 지급된다.

이를 놓고 워킹맘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고씨는 “여성들이 일부러 육아휴직금만 노리고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전제가 깔린 것인데, 노동부와 여성부가 누구를 위한 곳인지 모르겠다”면서 “임신만 하면 해고 1순위로 강제 퇴출당하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보험회사에 재직 중인 워킹맘 최은미(32)씨도 “정부가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육아휴직 시 한 달 생계비로 쓰이는 50만원도 아까워 그 중 일부를 나중에 주겠다는 발상은 애를 낳지 말라는 소리”라며 “경기 불황을 틈타 어차피 육아휴직 후 잘려나갈 여성들이니 휴직 기간 돈 주는 것도 아깝다는 의미 아니냐?”고 따졌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김양지영 조사연구부장은 “육아휴직 후 여성들이 왜 직장 복귀를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마련된 유명무실한 계획”이라며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직장 복귀율을 높이려면 보육에 대한 사회 인프라 확충, 퇴직을 강제하지 않는 노동 현장 분위기 등의 사회 변화가 결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부 여성고용과 조우균 사무관은 “여성들의 직장 복귀율이 낮아 육아휴직급여의 취지가 퇴색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직장 이탈과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연구 중인 중장기 계획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적한 대로 강제 퇴직당하는 경우 불합리할 수 있고 휴직급여 수준도 작아 일부를 쪼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의 여러 딜레마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여성부 관계자는 “아직 노동부와 논의를 거치거나 조율된 부분이 없어 여성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모든 정책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이 있는데, 좋은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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